노인 인구 급증하는데 법안은 제자리
65세 이후 취업하면 실업급여 못 받아
고령노동단체 "초고령화 시대 안 맞다"

"고령층 일자리 늘린다면서 65세 이후 취업하면 실업급여를 안 준답니다. 앞뒤가 안 맞는 법안이에요."
고용보험법 제10조에 따르면 별정우체국 직원과 함께 65세 이후에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고령노동자는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고령층 일자리 확대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면서도 관련 법안 개정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13일 고령노동자권익센터 등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국내 실질은퇴연령은 73세다. 또한 OECD가 최근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를 보면 한국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가운데 52%는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이었다. 이 수치는 OECD 평균(25.8%)보다 2배가 많았다. 더욱이 일하는 노인 비중은 한국이 34.1%로 1위였다.
그런데 65세 이상 연령층이 취업 후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를 이들 연령층에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이 아직도 개정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고용보험법 개정 입법 촉구 연대회의 관계자는 본지에 "국내 65세 이상 인구 절반 이상이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하고 싶은 시니어 인구가 70%에 이른다"면서 "대부분 노인에게는 청소, 경비, 가사돌봄 같은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밖에 제공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새 일자리를 찾은 고령자 대부분은 계약직을 전전하기 때문에 항상 신규 취업자일 수밖에 없는데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노후희망유니온, 전국시니어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소상공인자영업직능단체연합 등이 참여한 고령자 노동 단체인 이들 연대회의는 65세 이후 신규 취업자를 실업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제10조 2항을 삭제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65세 이전에 취업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5세 이후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65세 이후 새로 취업한 사람은 고용보험법 10조에 따라 실업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65세 이상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복 수급을 제한하는 차원에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고령 근로자에게 실업급여를 확대하면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이같이 법안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5세 이상의 경우 국민연금, 기초연금 같은 공적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실업급여까지 중복 수급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저임금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인 고령자에 실업급여를 적용하면 반복 수급이 크게 늘어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하지만 고령노동자권익센터는 “은퇴가 시작된 800여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 노동자로 나서야 생활이 가능하다"며 "고령노동자도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예외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대석 고령노동자권익센터 소장은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고용보험법에 대한 정책 검토를 통해 우리 사회 주요한 취약계층인 고령노동자 고용보험에 대한 연령차별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고령층(55~79세)의 68.5%는 장래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이들의 근로 희망 연령은 평균 73세였다. 정부 관계자는 본지에 이와 관련 "해외 사례와 다른 사회보장제도와의 정합성, 고용보험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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