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좋은 말도 칼이 돼···말할 때를 알아야
대체로 수명 짧은 충신, 영달 어려워 
가까운 가족 간에도 조언은 신중해야 
희소성 있는 좋은 조언만이 가치있어 

항상 착하고 올곧은 사람들이 있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바로 남들도 자신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녔을 거라고 착각하며 산다는 것이다. 

진심 어린 조언이라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픽사베이
진심 어린 조언이라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픽사베이

이처럼 진심어린 조언이나 충고도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좋은 말도 때가 있는 법이다. 상황에 따라 작용도 다르다. 조선시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충언을 했다가 처형을 당하거나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한 인물들이 부지기수였다. 충신은 영달을 누리기 어렵다. 대체로 단명한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옳은 조언, 강직한 충언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듣는 사람이 조언의 진위를 알아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 어느 국가나 비슷하다. 역사가 지속돼도 변하기 힘든 현실이며 진리다. 

예전에 삶의 궤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관상(觀相)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공직자다. 특이한 점은 승진할수록 오히려 자신이 위험해지는 관상이었다. 그래서 '승진하면 안 된다. 고위직에 오를수록 명을 재촉하게 된다'고 직설적으로 말렸다. 

자세한 이유까지 설명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 사람은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 승진이 왜 안 좋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필자의 조언을 아니꼽게 여겼다. 몇 달 후 그 사람이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렵게 승진해서인지 아주 좋아했다. 

그런데 승진 일주일 만에 사고가 났다. 축하 회식자리에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다. 본인은 무고라며 억울함을 항변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 중에 그 장면을 본 목격자도 없었는데 결국 불명예로 공직을 떠났다. 

자연의 세계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도 마찬가지다. 승진이나 고위직에 오르는 것을 기뻐해야 할 관상이 있고, 반면에 고위직에 임명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관상이 따로 있다. 타고난 권한보다 큰 것을 손에 쥐게 되면 큰 고통은 물론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불러들이는 관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필자는 많이 봤다. 독자들이 위 사례를 보고 그 사람이 필자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걸 후회하거나 자책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재수가 없었다', '운이 안 좋았다'는 둥 자신의 억울한 점만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필자를 찾아와 그때 좋은 조언을 해줬는데 듣지 않아 후회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물며 죽음의 문턱에서 살 방법을 알려줘도 귀인(貴人)을 알아보기는 고사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뛰어난 혜안을 지닌 성인이 강조해도 듣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작은 조언이라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훌륭한 조언이라도 듣지 않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게 정상적인 세상이다. 그게 인간 사회다. 그래야 사회 집단의 질서가 유지되고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자연의 세계와 인간 세상을 연구하는 필자의 시각으로 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이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나 자연과 인간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게 순리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좋은 조언을 받아들여 삶의 고통과 시련을 피하게 되면 그 사회와 국가는 곧 혼란에 빠지고 붕괴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안목(眼目) 높고, 부자로 살고, 권력자라면 비대칭 구조로 변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가 위 사례처럼 조언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능한 모른척하거나 말하지 않고 덤덤히 바라볼 뿐이다. 한 마디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가능한 "글쎄요" 하고 만다. 조언을 하면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답을 뻔히 아는데 굳이 어리석게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사람 중에 하나가 좋은 일 하고 욕먹는 사람이다. 범인(凡人)은 이런 필자의 무덤덤한 행동을 보고 '정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목(眼目) 있는 자는 필자의 심정을 절절히 이해할 것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위하는 말과 조언에 신중해야 한다. /픽사베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위하는 말과 조언에 신중해야 한다. /픽사베이

형제거나 사랑하는 자녀일수록 조언은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삼가고 신중해야 사이가 멀어지지 않는다. 상대를 위하는 말과 조언은 메아리가 없으면 상대의 마음속까지 닿지 않는다. 가까이서 소리치면 소리는 크나 울림이 없다. 울타리 밖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더 크게 메아리치는 법이다. 

어차피 말해도 듣지 않을 상대에게 뭣하러 위하는 말을 하겠는가? 어설픈 조언은 자신의 명만 재촉할 뿐이다. 아무리 옳은 조언이라도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그 말이 칼이 돼 날 찌른다. 세상에는 눈 밝은 사람이 적다. 그 속에서 살아남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조언이나 충언을 알아들을 사람인지 먼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사람 보는 안목이다.

자신의 경험이나 판단에 심취해 조언을 남발하는 사람은 주변에 친구가 없다. 조언을 삼가고 말수가 적은 사람은 신뢰하는 지인이 점점 많아진다. 심금을 울리는 소리는 자주 내는 게 아니다. 좋은 조언과 좋은 말은 희소성이 있어야 가치 있게 작용하는 법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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