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국민연금, 이수만 편 아니라 볼 때
이수만·하이브 25% vs 이창환·카카오 24%
과반 이상 일반주주 표심이 SM 운명 결정
하이브 추가 매수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손을 들어줬던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이 'SM 쟁탈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성향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하이브 동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SM엔터 주주명부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폐쇄(명의개서가 정지)된 상태지만 명의개서 정지 작업을 다시 한다면 신주에도 의결권이 부여된다. 법원이 카카오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수만·하이브 동맹이 확보한 지분은 25%가량이고, 얼라인파트너스·카카오 동맹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지분은 10% 남짓이다. 이런 가운데 나머지 65%에 달하는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표심이 대세를 판가름할 부동층이다.
하이브는 내달 1일까지 소액주주 보유 주식 가운데 25%를 공개 매수해 과반의 표심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얼라인파트너스를 지지하고, 일반주주의 절반이 하이브의 SM 인수를 동의하지 않을 경우 50% 대 50%의 판세가 예상된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 3%룰이 적용되는 지난해 감사 선임 안건 표결 결과가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이수만 총괄의 지분이 18%가 넘던 지난해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감사 선임안은 찬성률 81%를 넘겨 통과됐다. 당시 국민연금(8.96%)과 KB자산운용(5.12%)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얼라인파트너스 주주제안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SM엔터의 기관투자자 구성과 성향은 올해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마이다스에셋·삼성자산운용은 SM엔터가 추천한 임기영 후보를 지지했으나, 국민연금·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우리·타임폴리오·디올·트러스톤자산운용은 곽준호 감사에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신중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내부 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의결권 불행사를 택했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의 모태라 할 수 있는 KB자산운용은 2019년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이수만 총괄의 법인인 라이크기획과 합병과 배당성향 30% 수립을 요구한 곳으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같은 노선이다. 국민연금 역시 "임기영 후보보다 곽준호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는 구체적 사유를 밝히며 찬성표를 던진 기관이다.

작년과 기관투자자 구성 달라진 점 없어
얼라인 모태 KB금융 이창환과 같은 노선
이사·감사 선임안 올해 주총 최대 격전지
3월 정기주총에서 SM엔터 이사·감사 선임안은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SM엔터는 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 우호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호 대표와 탁영준 대표의 연임 안건을 의결하고 사외이사를 3명 선임해 기존의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하이브 등장이란 돌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이수만 총괄이 남기기로 한 3.6% 지분엔 풋옵션이 걸려 있지만 팔 권리는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그가 경영권 분쟁의 발단이 된 곽준호 감사 교체를 통해 경영 참여에 나설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서 1대주주 위치를 포기한 이수만 총괄은 '하이브의 주주제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면서 사실상 행동주의와 유사한 전략을 펴고 있다. 동시에 경영권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주당 12만원의 공개매각을 택했다.
SM엔터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하고도 얼라인파트너스 주주제안에 힘을 실어줬다. 주총이 끝난 두 달 뒤인 5월 31일 SM엔터를 '일반투자' 대상으로 상향 지정했다. '일반투자'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어 '단순투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희석(손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3자 신주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선 카카오와 행동주의 편에 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은 쉽게 점칠 수 있다. 지난 2020년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천명한 이래 국민연금이 의결에 참가하지 않는 중립 포지션을 취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법적 소송 등이 예상되는 민감한 사안일 경우 기금운용위원회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어떻게든 떠넘겨 찬반을 결정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SM엔터 이사·감사 후보 명단 제출 기한은 오는 16일까지다. 지난해 연말 기준 주주만이 제안권을 갖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선 이 총괄이 하이브를 대신해 주주제안자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동업자 관계가 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레이블어도어 대표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민연금으로선 카카오가 SM 인수를 포기하고 퇴각하는 것이 가장 부담을 덜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렇더라도 행동주의 펀드를 이끄는 이창환 대표가 반(反) 이수만으로 분류되는 SM엔터 이사회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가하는 것으로 얘기가 돼 국민연금의 고민은 마지막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금운용본부 수탁위원으로 활동해온 재계 한 인사는 "국민연금이 솔로몬의 재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적연금이 경영권 분쟁에 있는 한쪽 편을 드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이를 둘로 쪼개라는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의결권을 포기하는 방침이 적절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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