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주주제안 결정 “주주가치 관점 고려 부족”
JB금융 배당성향 27%→33% 조정 6%포인트 상향
‘비사이드’ 모인 소액주주 “이창환, 본때 보여줘라”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JB금융지주의 김기홍 회장이 2대 주주 ‘얼라인’과의 ‘배당 전쟁’ 진화를 시도했지만 주주제안을 피하지는 못했다. /JB금융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JB금융지주의 김기홍 회장이 2대 주주 ‘얼라인’과의 ‘배당 전쟁’ 진화를 시도했지만 주주제안을 피하지는 못했다. /JB금융

“JB금융 행태는 자존심 문제입니다. 주주제안해서 표 모아보시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JB금융지주의 김기홍 회장이 2대 주주 ‘얼라인’과의 ‘배당 전쟁’ 진화를 시도했지만 주주제안을 피하지는 못했다. ‘동학개미’(소액주주) 전열(戰列)도 심상치 않다. 애플리케이션(앱) ‘비사이드’에 모인 개미들은 JB금융에 본때를 보여주자며 이창환 얼라인 대표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JB금융지주가 내놓은 배당성향 27%를 33%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얼라인은 2023년 3월 말로 예상되는 JB금융의 제10기 정기주주총회 위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게 됐다.

이날 얼라인은 입장문을 통해 “JB금융 이사회가 2월 9일에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발표한 안은 대부분 모호하고 확정적이지 않은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며 “향후 JB금융의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로 금융사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얼마나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는지 알 수 있다), 자산성장률, 그리고 주주환원율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주주들이 합리적으로 추정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우며, JB금융 주식의 낮은 시장 밸류에이션을 활용한 자사주매입소각 대비 대출자산 성장의 수익성 비교 등 주주가치 관점에서의 자본 배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주주제안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10일 JB금융지주에 대한 주당 결산배당금 900원(연간 배당성향 33%)의 보통주 현금배당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며 “이는 JB금융지주가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제시한 주당 결산배당금 715원(연간 배당성향 27%)에 비하면 약 6%포인트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얼라인 측은 입장문을 통해 “10일 JB금융지주에 대한 주당 결산배당금 900원(연간 배당성향 33%)의 보통주 현금배당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
얼라인 측은 입장문을 통해 “10일 JB금융지주에 대한 주당 결산배당금 900원(연간 배당성향 33%)의 보통주 현금배당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

얼라인은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이창환 대표가 턱없이 낮은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을 수정하겠다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언론에 주목받았다. 결국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경영권이 박탈됐다.

얼라인은 국내 7대 금융지주로 타깃을 옮겼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KB·신한·하나·우리·JB·BNK·DGB 등 금융지주에 30% 이상 배당률을 높이지 않으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 여파로 최대 실적을 경신한 신한, KB, 우리, 하나 등 4대 지주는 20% 후반대 배당성향을 결정하는 뚜렷한 흐름을 보였다. 작년 순익 6000억대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JB지주도 자사주 매입, 소각 없이 배당성향을 27%로 결정했다.

JB금융 배당성향 30% 못 미친 27%
얼라인에 쏠린 눈 ‘비사이드’의 성취?

지난해 얼라인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4%를 2488억 원가량에 사들이면서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JB금융지주 지분은 삼양사가 14.61%, 얼라인파트너스가 14%, OK저축은행이 11.2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JB금융이 2대 주주 얼라인이 원하는 만큼 배당률(30% 이상)을 높이지 않으면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여기에는 소액주주를 규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비사이드’의 등장도 주효했다.

비사이드는 직장인 앱 ‘블라인드’, ‘리멤버’와 사용 방식이 비슷하다. 다만 비사이드는 소액주주의 위임장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차별화된 점이다. 과거처럼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개미들을 결집할 수 있다. 실제 얼라인은 이 앱을 활용해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번 주주제안이 결정되기 전까지도 비사이드에 모인 소액주주들은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압박했다. 한편 JB금융을 포함한 모든 금융지주사가 30%에 못 미치는 배당률에 실망감도 나타냈다.

이번 주주제안이 결정되기 전까지도 비사이드에 모인 소액주주들은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압박했다. /비사이드 캡처
이번 주주제안이 결정되기 전까지도 비사이드에 모인 소액주주들은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압박했다. /비사이드 캡처

비사이드 사용자 A씨는 “이번 은행주 주주제안에 이대로 동의하고 넘어간다면 이창환 대표의 다음 발걸음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처음 말씀하신 주장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모습 기대한다”고 의견을 냈다. 다른 유저인 B씨는 “주주제안 들어갑시다. 표 대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C씨는 “에스엠만큼 강하게 나가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D씨는 “JB금융지주는 회장이 나와서 우리 회사 그렇게 좋은 회사 아니라고, 위험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한심했다”며 “2대 주주로 의결권 영향력이 가장 큰 JB에서 아무것도 못 한다면 얼라인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주제안 결정 이후 커뮤니티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소액 주주로서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1만3080주 주주제안 찬성합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 역사의 발자취로 남을 겁니다” 등 다수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주주제안 앞둔 JB금융, 얼라인에 물밑 작업?
“주주총회 통과 쉽지 않을 것, 지분 부족”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JB금융 입장에서는 2대 주주인 얼라인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고민했을 거다. 그렇지만 액면 그대로 요구를 받아주면 더 센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커서 안 받아줬을 것이다”라며 “얼라인 입장에서는 JB에 밀리면 신뢰도가 실추되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JB금융이 얼라인에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가해 논의하자면서 물밑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환 대표의 언론 인터뷰가 JB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라인 측은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석하면 언론사 인터뷰가 불가능해서 거부한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JB금융이 얼라인에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가해 논의하자면서 물밑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김기홍 JB금융 회장 /JB금융지주
업계에서는 JB금융이 얼라인에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가해 논의하자면서 물밑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김기홍 JB금융 회장 /JB금융지주

반면 학계는 얼라인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 봤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주주제안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14.61% 지분을 소유한 삼양사보다 더 지분을 끌어모아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하더라도 경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분 25%를 최소한 보유해야 일반결의가 가능하며 합병 등 특별결의는 지분 35%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라인이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분이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보돼야 한다.

전 교수는 “이익배당을 소액주주에게 더 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라며 “주주행동주의 사람들이 대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주제안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경영주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경영을 위협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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