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기치 플랫폼 소액주주 결집
SM‧국내 은행주‧BYC‧KT&G‧태광 캠페인
비대면 전자위임 법적 효력 마련, 주총 전달
전문가 “주주제안 실패 시 생명력 장담 못해”

애플리케이션(앱)이 배달이나 도서 대여 등 실생활에 편리뿐 아니라 내 권익을 찾는 데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기치로 등장한 ‘비사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경영권 분쟁과 JB금융지주 사상 초유의 ‘900원 배당’에 대한 다툼이 ‘손쉬워진 것’은 비사이드 등장 이후다. 그러나 주총에서 정작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피리 부는 사나이’에 현혹된 개미들의 ‘삼일천하’로 끝날 여지는 있다.

비사이드 내 소액주주들의 두 번째 전쟁 서막이 올랐다. 지난해 3월 ‘에스엠戰’에서 승리한 전적이 있는 동학개미의 투지는 한껏 고조됐다. /비사이드
비사이드 내 소액주주들의 두 번째 전쟁 서막이 올랐다. 지난해 3월 ‘에스엠戰’에서 승리한 전적이 있는 동학개미의 투지는 한껏 고조됐다. /비사이드

# 이번에 ‘얼라인’이 하는 은행주 제값 받기 운동은 이승만 대통령이 공산주의 유혹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후 최대의 업적이 될 것입니다. 소액주주의 주식도 대주주와 같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했던 악성 대주주에게도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비사이드 유저 A, J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 댓글 中)

13일 여성경제신문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의 지난 10일 오후 JB금융지주에 대한 ‘배당 성향 33%’ 주주제안 제출 이후 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 내 사용자 동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위 같은 환영의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 이용자들은 이창환 얼라인 대표를 응원하거나 주주 자신과 주위 사람이 보유한 주식 수를 기재하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비사이드 내 소액주주들의 두 번째 전쟁 서막이 올랐다. 지난해 3월 ‘에스엠戰’에서 승리한 전적이 있는 동학개미의 투지는 한껏 고조됐다. 비사이드 측의 설명대로 비사이드는 ‘캠페인 참여 주주와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의결권의 비대면 전자위임이 3분 만에 끝날 만큼 쉽고 간편한 것도 한몫한다.

행동주의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는 원스톱플랫폼 비사이드는 2021년 9월 출시됐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인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가 만나 소외받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기획, 제작했다. 법적효력을 인정받기 위해 두 개 대형 법무법인과도 호흡을 맞췄다. 소액주주는 앱만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수고만 들이면 주주로서 권리를 다할 수 있다. 지금까지 SM엔터, 금호석유화학, 사조그룹, 티엘아이의 캠페인이 진행됐다. 현재는 국내 은행주(JB금융지주), BYC, KT&G, 태광이 주주권리와 관련한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 행동주의 플랫폼’ 내건 비사이드
“투자한 회사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

본지는 ‘비사이드’를 직접 설치해 찬찬히 들여다봤다. 향후 한국 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탐구해보기로 했다.

설치 후 첫 화면은 비사이드의 뛰어난 기능을 전시한 석 장의 카드가 나온다. /비사이드
설치 후 첫 화면은 비사이드의 뛰어난 기능을 전시한 석 장의 카드가 나온다. /비사이드

설치 후 첫 화면은 비사이드의 뛰어난 기능을 전시한 석 장의 카드가 나온다. 첫 번째는 ‘국내 유일‧최초 행동주의 플랫폼’이다. 누적된 위임액 1200억원, 참여 주주 2200명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두 번째 카드에는 ‘주주결집‧의결권 위임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쓰여 있다. 라운지에서 모더레이터‧주주들과 캠페인을 의논하고, 전자위임으로 간편하게 주주총회에 참여해보라고 안내돼있다. 나머지 카드에는 사회적인 역할이 명시돼 있다. ‘기울어진 자본시장의 정상화를 비사이드와 함께!’가 첫 문구로 그 아래에는 그동안 기업들은 소수를 위해 경영되어 왔습니다. 비사이드와 함께, 기업이 주주 모두를 위해 일하는 자본시장을 만들어보라고 쓰여 있다.

본격적인 캠페인 참여는 그 다음부터다. 첫 화면에서부터 진행 중인 캠페인이 보기 좋게 아이콘으로 전시돼 있다. 지난 10일 7개 지주사에 대한 주주제안 여부를 결정했던 국내은행주 항목에 들어가면 참여 종목을 선택하라는 화면이 나온다. 다음 화면에서 해당 기업의 주주를 증명하기 위한 소유자증명서, 잔고증명서 등 증명서를 첨부하면 주주총회 공시 이후 상정된 안건에 대한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주주를 증명하기 위한 소유자증명서, 잔고증명서 등 증명서를 첨부하면 주주총회 공시 이후 상정된 안건에 대한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비사이드,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해당 기업의 주주를 증명하기 위한 소유자증명서, 잔고증명서 등 증명서를 첨부하면 주주총회 공시 이후 상정된 안건에 대한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비사이드,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이 과정을 통해 얼라인은 지난해 3월 SM 주주총회에서 주주 추천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당시 곽준호 신임 감사가 SM엔터의 전체 발행 주수인 2316만주 중 650만표 이상을 획득했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절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안건은 통과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경영권에서 물리치는 단초로 작용했다. (관련 기사 : "SM, 카카오에 쉽게 못 넘겨"···불명예 퇴진 위기 이수만의 반란)

안건 통과 못 하면 ‘삼일천하로’
통과돼도 본 게임 겉절이 신세

태생적으로 사모펀드인 얼라인의 성격상 3~5년까지 지금의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지분 14%)를 지키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기간 매각 여지가 크다는 것. /픽사베이
태생적으로 사모펀드인 얼라인의 성격상 3~5년까지 지금의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지분 14%)를 지키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기간 매각 여지가 크다는 것. /픽사베이

JB금융지주에 대한 900원 배당(배당 성향 33%) 주주제안이 오는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되겠지만 통과 안 되면 ‘삼일천하’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학계에서는 우세하다. 금융업계에서도 이번에 JB지주에 밀리면 신뢰도 실추로 데미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태생적으로 사모펀드인 얼라인의 성격상 3~5년까지 지금의 2대 주주(지분 14%)를 지키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기간 매각 여지가 크다는 것.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에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이나 원래 배당 성향이란 말을 썼지 주주환원률이란 용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얼라인 측 용어를 그대로 쓰다 보니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한국 자본시장에 새바람으로 작용하겠지만 잘 안되면 오래 못 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얼라인의 주주행동으로 시작된 SM 경영권 분쟁은 ‘방시혁-이수만’ 대 ‘카카오-에스엠 현 경영진’ 구도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얼라인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경영권 분쟁에서 얼라인과 소액주주는 배제돼있다”라고 지적했다.

주주의 경영 참여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사진은 이창환 얼라인 대표와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 /각 사
주주의 경영 참여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사진은 이창환 얼라인 대표(왼쪽)와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오른쪽). /각 사

이런 가운데 주주의 경영 참여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주주가치론은 금융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허구다. 기업은 주주들이 적절한 이익을 올리도록 노력하면 된다. 이것이 주식을 발행할 때 주주에게 약속한 내용이다”라며 “주주는 주식의 주인일 뿐이다. 기업의 주인은 기업 자신이다. 즉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이사회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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