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연이은 폐업에 판권도 '오리무중'
제3자 가져갔을 것, 유통 계약된 바 없어
창작자, 제작사와 특약 없다면 저작권 X

1999년 2월 개봉한 영화 ‘쉬리’는 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 강제규필름
1999년 2월 개봉한 영화 ‘쉬리’는 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 강제규필름

"쉬리 다시 보려고 넷플릭스 검색 하니 안 나오네요."

약 600만 관객을 동원한 90년대 국내 영화 최대 히트작 '쉬리'. 이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없다는 건데, 사실일까.

27일 여성경제신문 '깐깐한 팩트탐구' 취재 결과 현재 영화 쉬리는 넷플릭스·유튜브·네이버 등 VOD 서비스와 SK·LG·KT 통신 3사의 IPTV 등 국내 모든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영화 쉬리는 강제규 감독의 작품이다. 1999년 2월 13일 개봉했다. 총 관객 수는 전국 693만 1765명. 서울에서만 244만 8399명이 쉬리를 봤다. 99년도 당시만 해도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작으로 손꼽혔다.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흥행작이 된 쉬리를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쉬리의 유통을 위해선 영화 판권이 필요한데, 이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

SK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SK뿐만 아니라 통신 3사의 플랫폼 서비스에서 해당 영화의 판권을 보유한 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OTT 서비스 서비스 여부 통신 3사 IPTV 서비스 여부
넷플릭스 X SK브로드밴드 X
유튜브프리미엄 X KT X
티빙 X LG유플러스 X
웨이브 X 스카이라이프 X
쿠팡플레이 X    
디즈니플러스 X    
왓챠 X    

본지가 해당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쉬리의 판권은 당초 (주)강제규필름에서 보유하고 있었는데, 회사는 2005년 2월 18일 폐쇄했다. 이후 '엠케이버팔로'라는 업체가 (주)강제규필름을 합병 인수했지만 '엠케이버팔로'도 '엠케이픽처스'로 사명을 바꾸었고, 2018년 12월 3일 해산했다.

지난 2007년 7월 10일 자에 '프레시안'이 보도한 '강제규 감독 그리고 이은·심재명 프로듀서, 왜?' 기사 내용을 보면, 당시 중견 영화사로 꼽히던 '엠케이픽처스'의 공동 경영진은 강제규와 이은, 심재명으로 알려졌다. 이은·심재경 부부는 '공동경비구역JSA'와 '바람난 가족' 등 히트작을 양산한 프로듀서다.

엠케이픽처스는 강 감독의 영화사 '강제규필름'과 이은·심재명 부부의 영화사 '명필름'이 합병한 후 '세신버팔로'라는 이름의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해 설립된 영화사다. 

당시 엠케이픽처스를 시작으로 국내 영화계에 일대 우회상장 붐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사는 상장 이후 계속되는 수익률 저하로 결국 주식시장에서 자진 철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왼쪽) 엠케이버팔로는 향후 엠케이픽처스로 사명을 바꾼 뒤 2018년 경 해산했다. (오른쪽) (주)강제규필름도 2005년 2월 18일 폐쇄했다. /법원등기부등본
(왼쪽) 엠케이버팔로는 향후 엠케이픽처스로 사명을 바꾼 뒤 2018년 경 해산했다. (오른쪽) (주)강제규필름도 2005년 2월 18일 폐쇄했다. /법원등기부등본

따라서 기존 강제규필름→ 엠케이버팔로(픽처스)로 이어지다 끊어진 쉬리 판권은 행방이 묘연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제3자가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판권을 유통사와 계약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쉬리를 영화 플랫폼 등을 통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7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저작물정보에도 쉬리는 저작자 정보가 공백으로 남아있다. 일각에선 영화 창작자가 제작사와 계약을 할 때 발생하는 '특약' 관련법을 개정해야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예를 들어 오징어게임과 같은 대 흥행작을 만든 창작자가 제작사와 계약했을 때 특약이 없으면, 추가 보상과 영화에 대한 판권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법 100조 1항을 보면, 영상 제작자가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는 특약이 없는 한 영상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화는 영화관 상영 이후 TV 등 다른 플랫폼에서 저작물을 방영해 얻은 수익의 경우 모두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8월 31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 창작자도 저작물에서 발생한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박찬욱 감독도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영화 저작자가 누구인지 묻는 것이 난센스처럼 여겨졌다"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영상 창작자 즉, 작가와 감독 등이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른 시간 안에 탄탄한 제도로 안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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