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해외 블록버스터 압도
OTT, 에미상 등 한국이 접수
"해외 영화 대적하는 작품성"

올여름 한국 영화가 해외 초대형 블록버스터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 콘텐츠는 국내 극장을 넘어 해외 극장으로, 전 세계 안방에까지 침투해 세계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23일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공개된 '7·8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토르: 러브 앤 썬더』(이하 토르4)는 누적 관객 271만 명,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725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가 마블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토르4(7월 6일 개봉)는 한 달간 2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산(7월 27일 개봉)은 개봉일로부터 단 5일간 매출액 234억원의 성과를 냈다. 이어 한산은 8월에만 486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기록하며 8월 흥행 작품 1위에 올랐다.
통상적으로 영화 배급사들은 성수기인 7월에 마블과 같은 해외 블록버스터를 극장에 걸고 8월에 국내 신작을 공개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외 대작과 국내 기대작의 개봉 시기를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토르4가 개봉한 이후에 한산이 공개됐다. 늦게 개봉했지만 흥행 면에서는 한국 영화가 훨씬 우위에 섰다. 그런데 성수기에 외국 영화 대비 한국 영화의 흥행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영진위의 월별 결산 데이터를 분석했다. 성수기 외국 영화와 한국 영화의 성적 추이를 비교한 결과, 8월 개봉한 국산 대작이 7월 개봉한 해외 프랜차이즈 영화를 압도하는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2017년과 2018년 8월에는 각각 『택시운전사』와 『신과함께-인과 연』이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7월에 각각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앤트맨과 와스프』가 개봉했지만 두 해 모두 한국 영화 매출이 300억원 이상 앞섰다.
2021년에는 마블 영화 매출액이 한국 영화보다 조금 앞섰지만 근소한 차이에 불과했다. 7월에 개봉한 『블랙위도우』와 8월에 개봉한 『모가디슈』의 매출액 차이는 고작 32억원이다.
OTT도 한국 콘텐츠가 접수
작품성과 대중성 인정받아
한국 콘텐츠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제에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상을 휩쓸었다.
이제는 극장가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의 OTT(Over The Top) 서비스에서도 한국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2021년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한국의 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알렸다.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 역시 9월 셋째 주(12~18일)에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면서 7주 연속으로 같은 랭킹의 정상을 지키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뒤를 잇고 있다.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가 지난 12일에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으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영화뿐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백해린 연구원은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콘텐츠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잘 풀어내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연구원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은 90년대부터 해외의 작품들과 대적하기 위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왔고 그것이 현재 위상을 높이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