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쌍방울 전 회장, 장남 의혹까지 악재
당내 '민주당 리스크' 우려도 공존해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지난 10일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같은 날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검거에 장남의 성매매 의혹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최대 위기에 놓였다.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은 우선 단일대오를 외치며 검찰에 대응하고 있지만, 향후 대장동 사건 등 검찰 수사가 남아 있어 '방탄 프레임' 공고화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동료 의원 30여명과 함께 검찰 앞에 섰다. 이 자리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의장, 안호영 수석대변인, 천준호 비서실장, 정청래·서영교·박찬대·고민정·장경태 최고위원, 김태년, 박범계, 우원식 의원 등 중진 의원들까지 대거 함께했다.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A4용지 3장 분량의 원고를 10여분 간 읽어 내려간 이 대표는 12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를 마친 뒤 "조사과정에서도 (기소가 명백하다는)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 오늘 제시되는 여러 자료를 봐도 제가 납득할 만한 건 없었다"고 검찰을 '정치검찰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간 이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위기를 겪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사법 리스크'에 놓였다. 그때마다 정면돌파를 택했던 이 대표는 2018년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과 2년의 소송 끝에 2020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과 맞서던 이 대표는 모두 무죄를 확정지으며 대선에까지 출마할 수 있었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를 두고 그의 정치 인생 위기라 보는 측은 '이재명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로 이어져 총선과 향후 대선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단일대오로 이 대표에 힘을 싣는 측은 과거 성남FC 사건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은 만큼 검찰의 수사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정치검찰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11일 곧바로 민생 현장으로 향했다. 민생 우선 기조가 검찰 수사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해 검찰 수사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 검찰에 맞서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했다"며 "저들의 야당 파괴,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의연하게 분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또한번 검찰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주목된다. 이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등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증거인멸 등의 사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성남FC건으로 이 대표 신병을 확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보면 영장 청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만약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지난번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처럼, 국회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당은 계파와 무관하게 이 대표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애초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것을 근거로 대선 이후의 검찰 수사는 뚜렷한 증거 없이 강행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 대표와 함께 강경 노선을 걷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쉽게 종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총선과 대선까지 민주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 대표는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대체할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사법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당이 개인의 사법리스크에만 매여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