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검거' vs 자신은 '불체포' 차별화
쌍방울과의 수상한 거래 대장동서 포착
이재명 기소가 귀국 조건?···도망은 왜?
尹 측근 변호사 보강, 참고인 출석 전망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한국을 떠난 지 8개월 만에 태국에서 체포되면서, 그와 함께 해외 도피를 감행한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31일에서 6월 9일 사이 쌍방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정보를 취득하고 김성태 전 회장과 동반 출국한 것으로 파악된다.
KH그룹과 쌍방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검찰이 쌍방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나서기 십여 일 전인 6월 9일 본지와 만나 "김성태와 배상윤이 도망갔다"면서 "두 사람은 한 몸"이라고 밝혀온 바 있다. 이는 두 사람이 같은 사유로 함께 해외로 도피한 정황이 된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의 도피 사실을 감지했다고 공개한 시점은 6월 22일 압수수색이 있은 지 두 달이나 지난 8월 초순이었다. 이어 배 회장이 김 회장과 함께 도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찰은 KH그룹 본사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8월 25일 진행했다.
배 회장이 자신의 회사가 아닌 쌍방울에 대한 압수수색 정보만을 취득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과 함께 도피한 점이 특이하다. 또 김 전 회장이 불법 체류로 체포된 상황인데도 자신은 무사 귀국을 노리는 것이 눈길을 끈다.
재계 안팎에선 배 회장이 '이재명 대표 기소'를 전제로 귀국을 검토 중이란 얘기가 나온다. 경찰 지명수배 중인 그가 한국으로 귀국해 수사를 받는 조건이 특정 정치인 기소라는 것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그는 하와이 골프장 인수를 위해 미국령에 머무르다 다시 동남아로 옮긴 상황으로 보인다. KH그룹 한 핵심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배 회장님은 임원들과도 서로 통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과 동선을 달리하며 자신을 차별화시켜 온 배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참고인으로 나서는 타이밍을 조율해 왔다. 그런데 검찰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알펜시아 입찰 방해 의혹으로 KH그룹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 또 다른 변수가 됐다.

대장동서도 만나는 쌍방울-KH그룹
정치 로비 흐름 수사 공조 가능해져
검찰은 별건 수사(특정한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무관한 사안을 조사해 혐의를 확인하는 것)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KH그룹과 쌍방울 간 얽히고설킨 자금 흐름이 확인되면서, 배 회장은 쌍방울과 이재명 대표 간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밝혀줄 증인으로 떠올랐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KH그룹이 연루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알펜시아 입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쌍방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가 맡았다.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은 돈 세탁도 쉽고 추적도 어려운 전환사채(CB)의 특성을 이용해 주가조작을 일삼고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펼쳐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이런 가운데 대장동에서 두 사람이 연루된 자금 흐름이 포착되면서 관계 기관 간의 수사 공조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쌍방울은 2018년 11월 김 전 회장이 두 달 전 급조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를 대상으로 CB 100억원을 발행했다. 이 CB가 전환되며 생긴 차액과 주식 등 20억원가량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했던 이태형 변호사 등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금융 전문가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KH그룹과 쌍방울은 CB를 주고받는 금전적으로 깊숙하게 엮인 관계다. CB를 활용해 인수합병(M&A) 자금을 확보, 사업 영역을 넓혀온 방식도 유사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대주거래를 통하면 돈이 오가지 않아도 특정인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며 "물론 양측이 서로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일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먼저 주목할 포인트는 대장동과 쌍방울의 관계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분(30%)을 보유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챙긴 곳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다. 전체 개발이익금 4040억원 가운데 천화동인 1호가 받은 배당금 1208억원의 일부가 쌍방울 측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정황도 나왔다.
천화동인 1호 대표 이한성 씨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대표의 과거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조만간 국내 송환될 김 회장은 '실소유주 의혹'을 풀어줄 키맨이 될 전망이다.

버티지 않고 조기 귀국 선택한 김성태
이재명, 성남FC 건으로 기소 유력해져
더 빨라진 배상윤 귀국→檢 소환 시점
KH그룹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시작된 자금 흐름의 말미에 등장한다. 2019년 4월 김만배 씨가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씨를 통해 100억원의 자금을 토목업자 나석규 씨에게 전달했고, 나씨는 2019년 12월 KH그룹의 대양금속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화천대유로부터 나온 100억원 중 상당한 금액이 대양금속 인수에 쓰인 것이다.
김만배 씨가 KH그룹에 100억원을 우회 지원하던 2019년 4월 배 회장은 계열사인 KH E&T를 통해 착한이인베스트(쌍방울의 CB를 발행한 곳)에 50억원을 대여해 줬다. 당시 KH E&T 사외이사는 정호준·이철 전 민주당 의원이었다.
다시 정리하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직결된 쌍방울의 CB 발행은 2018년 11월 발생했다. 김만배 씨의 지원금이 KH그룹의 M&A 자금으로 쓰여진 시점은 이듬해인 2019년 12월이다. 이런 이유로 배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무관한 쌍방울과의 금전적 거래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무사 귀환'을 노리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을 변호인으로 영입했다. 박 전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기간,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맡아 보좌한 특수통 출신 측근으로 꼽힌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기업들이 성남FC에 광고비 등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이 '제3자 뇌물죄' 혐의가 돼 기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아니지만, 배 회장이 귀국 조건으로 제시한 기소 요건은 갖춰진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송환 거부 소송을 포기하고 조기 귀국을 택하면서 배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올 시점도 빨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