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 구간별 각 1%p 인하 합의
기업, 한국만 높은 법인세율에 부담
진 회장 "정치인이 내 주머닛돈 노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한 장면 /연합뉴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한 장면 /연합뉴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고세율만 25%에서 22%로 3%p 낮추는 국민의힘 안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다 결국 22일 과세표준 구간별 1%p씩 세율 인하에 합의했다.

국가가 세금을 매기는 법인세는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6단체가 지난 11일 "경쟁국보다 불리한 현재의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들에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성명서를 낸 이유다.

이 같은 정서는 최근 시청률 22%를 돌파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연인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이성민 배우)의 연기에서도 드러난다. 1987년 민주화가 되자 진 회장은 "내 주머닛돈을 노리는 놈이 군인 한 놈이었다면은, 인자는 민간인 세 놈아로 늘었다. 그기 민주화다"라고 푸념한다.

드라마 속 가상 대기업인 순양그룹은 삼성과 현대의 그룹사를 모티브로 삼았다. 실제로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하며 정치 혐오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드라마는 정경유착, 인수합병, 불법승계 등 오너 가문들의 이전투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인기 요소다. 재벌가 막내아들 역할인 진도준(송중기 분)은 미래에서 1987년으로 환생한다. 그가 진 회장에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것"이라고 대선자금 전달을 조언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법인세 인하의 효과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2018년 트럼프 정부의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 통과로 법인세율을 낮춘 반면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율을 인상했다. 한국에만 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세율 20%)도 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난이 예상되는 상황인 탓에 윤석열 정부는 기업을 독려하는 정책을 펼친다. 미국의 대중 압박으로 중국에서 이탈하는 외국계 대기업들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도 법인세 인하는 필요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경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의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또 투자 증액분에 대한 10% 정도의 세액 공제 이런 인센티브 같은 것들이 확실하게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회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 인하 폭을 '최소 2%p'로 한다는 수정 방침도 끝내 관철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이 1%p 인하에서 양보하지 않았고, 더는 예산안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을 설득해 민주당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안을 발표했다. 법인세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현행 △2억원 이하(세율 10%) △2억~200억원(20%) △200억~3000억원(22%) △3000억원 초과(25%)로 나누어져 있지만 이를 각각 1%p씩 낮추는 방식이다. 

전문가는 기업이 정치 논리에 따라 휘둘리는 것은 과거부터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용 안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법인세는 항상 우파정권이 들어오면 낮추고 좌파 정권 들어오면 높이고 그래왔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법인세는 국회가 처리할 몫이라 좀 다르지만,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없앤다는 건 국민들이 대선에서 투표한 결과대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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