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은 역효과
어려움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 집중

미 해군 항공 조종장교였던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에서 무려 8년간 포로 생활을 했다. 긴 포로 생활에도 그는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묻자 ‘곧 풀려날 거라 섣불리 낙관했던 사람들은 금방 좌절해서 버틸 수 없었다. 나는 쉽게 풀려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장기간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답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는 긴 터널에 갇혔을 때, 막연한 희망과 낙관론 대신 당장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자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교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잇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물가 상승의 상황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긴 터널 속의 리더
무역업을 하는 T사 대표는 요즘 한숨만 쉰다. 3년 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만 버티면 끝날 줄 알았는데, 최근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경기 침체로 사업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이 사태가 지속되자 직원들의 급여를 챙겨 주기도 빠듯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종일 회사에서 기분이 안 좋은 T대표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T대표도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매출도 금방 회복될 거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회사의 위기 상황이 3년째 지속되자 T대표는 좌절했다. 심지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수포로 돌아가자 더욱더 크게 실망했고, 이럴 때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손해를 덜 내는 방법이자 해결책이라는 생각만 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 T대표는 직원들에게도 짜증과 화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대표를 이해했다. ‘나아지겠지, 나아질 거야’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여전히 회사 매출은 오르지 않고 하는 프로젝트마다 잘 풀리지 않으니 대표 입장에서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이 상하셨을까 공감하려 했다. 그러나 리더의 부정적인 기분이 말과 행동으로 그대로 직원들에게도 전해지면서 직원들도 대표에게 큰 실망을 했다. 사무실의 공기는 항상 숨 막힐 듯 무겁고 어두웠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에 집중하는 리더십
내가 이끄는 조직이 경기 침체 등의 외부 환경으로 긴 터널에 갇힌 느낌이 들 때,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교훈에서 보듯, 마냥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는 리더와 조직 전체를 좌절과 실망감에 빠뜨릴 수 있다.
먼저 ‘나와 직원, 우리 조직은 지금 긴 터널 안에 있는 상황이다’라는 점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과 어려움을 솔직히 공유하고, 함께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어려움을 공유하지 않고 리더 혼자만 고민을 한다면 직원들은 리더와 조직의 방향성에 공감하기 어렵고, 심지어 리더가 특정 프로젝트의 예산 삭감, 감원 등 최후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 심한 내부 반발을 경험할 수도 있다.
둘째, 지금 상황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부적인 요소로 회사가 위기라고 느끼면, 내부적으로는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막연한 희망과 확신은 완전히 다른데, 이 ‘확신’은 리더와 직원 간의 신뢰와 믿음에서 나온다. 지금 이 터널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보자는 책임감, 성실함을 리더가 모범으로 보여주고, 직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모습은 직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마지막으로, 리더로서 터널 밖으로 빠르게 나올 수 있는 해결책, 터널 밖으로 나왔을 때의 미래 계획, 이후에 다시 긴 터널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다만 리더의 통찰력은 단순히 업무 경력과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길러진다. 통찰력을 갖춘 리더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는 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다시금 조직이 같은 위기를 겪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또 긴 터널에서 얻었던 교훈을 바탕으로 어떤 면에서는 더 성장한 리더십과 단단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면 꼭 경험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근육통이다. 이처럼 지금의 고비, 조직의 기복이 리더인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 성장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긴 터널을 반드시 빠져나가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긴 터널에 있는 리더는 혼자가 아니다. 직원들도 함께 있다. 섣부른 희망 사항식의 낙관론 대신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한 후, 리더로서 성실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직원들을 데리고 또는 직원들과 함께 이 터널에서 나가겠다는 의지, 구성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아 집중하도록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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