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리더를 힘들게 하는 '투덜이?'
불만 방치하다간 산불로 번져
진짜 원인 찾아 해결과정 공유
불만을 발견하는 작업도 중요

“경쟁사에는 작년부터 생일휴가가 생겼다고 합니다. 왜 저희는 생일휴가 같은 복지가 없나요?”
“저희도 출퇴근 시간을 직원마다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9시부터 6시까지 모든 직원이 똑같이 근무하는 건 요즘 신입 직원들이 선호하는 기업 문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타공인 ‘투덜이’, 부 과장은 경력직으로 입사 후 업무에 적응한 직후부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만을 제기했다. 처음에는 ‘건의’ 정도로 여겨졌지만 점차 그는 ‘해결책 없는 불만’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신의 불만을 마치 직원 전체의 불만처럼 표현하기 시작했다.
“부 과장, 또 불만입니까? 나중에 얘기하시죠.”
부 과장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렸다. 처음에는 직원의 불만을 풀어보자는 의지로 응대했으나, 불만거리는 자꾸만 늘어갔다. 점차 부 과장의 이야기에 귀를 막고, 입도 닫게 되었다.
얼마 후, 부 과장이 퇴사했다. 직원들은 항상 부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던 그의 퇴사가 예정된 일이라 놀랍지 않았지만, 앞장서서 불만을 얘기하던 직원이었기에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몇 개월 후 사장은, 회사가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하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조직 문화를 점검했다. 컨설팅 결과, 직원들이 바라는 1순위는 ‘직원 복지’로 나왔다. 추가 의견으로는, 유연근무제, 생일휴가 같은 복지 제도를 희망하며, 대다수 직원들은 건의 사항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주된 이유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장은 떠났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랜 사회 경험과 경력,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리더에게는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신조어)’가 있다. 특히 리더의 ‘짬바’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 중 하나는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해결 방안을 찾거나, 조직과 성과를 위해 더 나은 대안이나 방향성을 제시할 때다. ‘짬바’가 있는 리더는 항상 ‘비판에는 대안을’, ‘불만에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직원들의 막연하거나 주관적인 불만, 또는 불만을 서투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반복되면 리더는 피로감을 느낀다. 게다가 직원과 대표가 상대적으로 가깝게 일할 기회가 많은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직원의 불만은 여러 단계를 거치고 여과되어 대표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불만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현실적으로 대표가 직원 누구에게나 있는 다양한 불만을 신속하게, 정확하게 해결해 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불만을 묵혔을 때, 작은 불씨가 산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사소한 불만이나 직원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가진 불만을 그냥 지나칠 때, 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업무 분위기가 항상 침체되어 있거나, 비슷한 사유로 직원들의 이탈이 반복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팀워크를 발휘해 성과를 내고, 조직이 성장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어렵다.
위의 사례처럼 불만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도, 불만은 여전히 남는다.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가 늘 직원들의 불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비슷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조직 차원의 해결책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 또 개개인마다 다른 불만이 산재해 있을 경우, 먼저 직원의 팀, 동료, 혹은 인사담당자가 해결해 줄 수 있는 크기의 불만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리더가 불만 많은 직원과 일할 때, 혹은 직원들의 불만을 듣게 되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불만에 대한 통찰력 기르기
먼저 불만에 대한 ‘진짜 원인’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수록 해결 시간이 단축되고, 직원들의 불만을 제대로 해소해 줄 수 있다. 물론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직원들이 가진 불만의 ‘진짜 이유’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효과 없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 시간, 비용을 소모하며 정작 불만은 해소되지 않은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직원이 불만을 가진 진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결해 줄 수 있는 불만인지 관심 주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불만을 리더가 알고 묵과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업무 의욕을 떨어뜨린다. 특히 개인의 불만이 아닌 대다수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불만을 리더가 모를 경우, 보통 직원들은 이를 리더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만약 리더가 알고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불만, 즉 ‘회사가 직원의 불만을 알고도 해결 의지가 없다’는 불만을 추가로 갖도록 만든다. 따라서 리더가 불만을 알고 있으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통을 직원들과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생기는 불만일수록 해결 과정을 계속 공유하고, 새로 직원들이 입사할 때마다 조직 내에서 이런 이슈가 있고, 보완하는 중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결 가능성 0%, 답답함에서 나오는 불만은 듣기
때론 대표가 현실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직원들도 이미 회사 차원에서 풀어줄 수 없는 불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답답하기 때문에 동료, 사수, 인사 담당자, 그리고 대표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결 방안이 없다고 해서 직원들이 가진 불만을 그냥 지나치거나, 못 들은 척 대응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리더가 잘 들어주는 것, 해결될 수 없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 같이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불만을 가진 직원에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불만을 접수할 수 있는 외부 컨설턴트와 협업하기
장기적으로 직원의 불만이 업무 분위기, 조직 성과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점은 ‘불만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특히 불만을 드러낼 경우 회사 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하는 직원들은, 불만이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리더도 모른 채 불만이 쌓일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경우, 직원들이 불만을 접수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불만의 진짜 원인 파악이 가능한 전문가, 즉 ‘외부 컨설턴트’와 협업해 불만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던 작은 불만이 표출되지 않아서 해결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직원들의 불만을 대표가 알 수 있는 기회나 방법이 전혀 없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직원들이 불만을 가졌을 때에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자신보다 ‘짬바’가 있는 대표가 그 불만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중요한 건, 불만이 해소될 가능성보다 리더가 직원의 불만을 듣고 있으며,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