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감성적 공감에만 치우친 소통은 공허
일만 얘기하는 냉정한 소통은 역효과

김 대리는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최근 업무가 많아져서 자주 야근을 하며 유관부서 일까지 하지만,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 정작 본인의 업무 성과는 미진한 상황이었다. 김 대리는 부서의 리더인 ‘온 팀장’과 ‘한 팀장’에게 찾아가 면담을 했다.
“팀장님, 요즘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성수기라 하지만 유관 부서 일까지 해야 하니 힘듭니다. 야근이 잦다 보니 친구나 가족과 저녁 약속을 갑자기 취소하는 일도 발생되고, 이렇게 생활의 밸런스가 무너지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듭니다. 이 상태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온 팀장은 대부분의 잡무를 담당하며 일 잘하는 김 대리가 회사를 그만두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일이 몰려서 김 대리가 고생하고 힘들겠네요. 생활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내가 마케팅 팀장을 만나 업무를 조정해 줄게요. 그리고 내가 김 대리 일을 좀 도와줄 테니까, 나에게 일을 좀 넘기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김 대리 일을 분담하도록 할게요. 지금 인력 충원을 하고 있는데 다음주까지 채용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줘요.”
한편, 한 팀장은 몇 달만 바짝 고생하면 되는 성수기에 불만을 제기하는 김 대리에게 목표 달성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김 대리, 혹시 지난 달까지 우리가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는지 기억하나? 70%야. 이번 달만 잘 넘기면 달성할 수 있다고. 지금이 성수기고 중요한 시기이니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직원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니까. 좀 참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번 분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 보자고. 우리 팀이 성과를 내야 인력 충원도 가능한 거 알지?”
팀장들과 면담을 마친 후, 김 대리는 목표 달성 이야기만 하는 한 팀장에게 서운함을 느꼈고, 당장은 업무를 조정해 주겠다고 약속한 온 팀장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김 대리는 온 팀장에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팀장과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를 넘기는 일이 온 팀장 말처럼 쉽지 않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인력 충원도 감감 무소식이었으며, 여전히 유관 부서 업무까지 하느라 자신은 야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너무 뜨거웠던 온 팀장, 너무 차가웠던 한 팀장
온 팀장의 소통은 감성 언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온 팀장은 김 대리의 힘들고 난감한 상황을 공감해주며, 김 대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직원의 어려운 상황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온 팀장의 시도는 훌륭하다. 그러나, 일이 많은 직원에게 "‘힘들지? 이것도 내가 해주고 저것도 내가 해주겠다"는 리더의 소통 방법은 궁극적으로 직원의 과중한 업무를 줄여주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감정에 이끌려 무작정 김 대리의 일을 온 팀장이 가져온다면 온 팀장의 업무와 역할은 직원의 시야에 갇힐 수 있다.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나 책임에 소홀해질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직원들에게 업무의 권한 위임도 어려워진다. 물론 계획이나 사전 협의 없이 다른 직원에게 김 대리의 업무를 나누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온 팀장이 ‘내가 다 해결해 주겠다’는 식으로 소통을 했으니 김 대리는 리더의 해결을 기대하며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며, 만약 온 팀장이 김 대리가 만족할 정도로 상황을 해결해 주지 못할 때, 김 대리는 더 많은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한편, 한 팀장의 소통은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한 팀장은 잦은 야근과 워라밸을 지키기 어려운 김 대리에게 성수기라 일이 많을 수 있고,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고, 우리는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고 얘기했다. 이 이야기는 직원들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김 대리는 이미 아는 내용을 리더의 입으로 다시 한번 듣기보다는, 공감, 위로, 조언의 한 마디 또는 아주 작은 해결책 하나를 기대하며 한 팀장을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한 팀장은 성과에 집중하며 몰입하는 리더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독려해서 팀으로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공감과 동기 부여가 없는 리더는 직원들에게 보스, 즉 앞만 보고 직원을 이끄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항상 직원, 팀보다 업무, 목표, 성과에만 초점을 맞춰 소통하는 리더는 팀의 업무 의욕이나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소통 온도, 36.5도
리더의 소통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체온과 비슷한 36.5도를 유지해야 한다. 리더의 소통은 감성과 이성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효과적이다.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직원의 언어로 소통하고 직원의 문제점에 대해 들으며 뜨겁게 공감하기가 리더에게 필요한 감성 온도라면, 목표와 성과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하되 직원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임파워링(Empowering)하는 이성 온도도 필요하다.
감성 온도와 이성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리더는 김 대리에게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예로, 온 팀장과 한 팀장의 이야기를 한 번 섞어보자.
“김 대리, 업무도 많은데 성과 달성에 대한 압박감도 있고 힘들었겠네요. 워라밸을 지키는 것도 정말 중요한데, 잘 안 돼서 속상했겠어요. 요즘이 성수기이기도 하고, 목표까지 남은 30% 달성을 위해 이번 달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 모두 워라밸을 지키며 건강하게 일하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상황을 개선하면서 우리 팀 목표 달성을 위해 김 대리가 할 수 있는 것, 팀장으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한 번 얘기해 볼까요? 김 대리가 업무량을 줄이면서 중요한 업무와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김 대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나에게 요청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리더와 직원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여정을 함께한다. 하지만 입장 차이가 있고 때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한다. 리더의 소통에는 직원 입장에서의 공감과 격려, 성과와 목표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과 의지가 담겨야 한다. 나아가 리더와의 소통 이후 직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갖고, 성과와 목표에 집중해야겠다는 임파워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소통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36.5도의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