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자회사에 주는 전력단가에 상한 설정
한전 소매가 올리고 도매가는 동결 모순
산업부는 강행 태세···'원가주의에 역행'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로비에서 한 직원이 한전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로비에서 한 직원이 한전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적자로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를 위해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매입할 때 지불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계획인데, 적자 해소는 물론 물가안정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6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오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력거래 도매가격(SMP)에 상한을 설정하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올 때 지불하는 도매가격을 'SMP'라 한다. 여기에 상한선을 적용하면, 한전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단가로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구입할 수 있다.

3분기 한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27% 오른 19조8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조5000억원으로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 증가는 요금 인상 때문이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적자의 주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SMP 상한제가 적용되면 발전사업자가 원자재값 인상분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평상시 SMP 상한제는 전기료 인하 정책과 맞물려 물가관리 수단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엔 한전의 적자를 메꾸겠다는 포석이 숨겨져 있어 정부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민간 발전업계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증권가의 시선도 곱지 않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2023년 예상 적자폭을 모두 만회하고 흑자전환 할 수 있을 정도의 요금 인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은 낮다"고 혹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 단장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해온 점도 이번 SMP 상한제가 명분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규제개혁위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5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민생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가장 나쁘고 열등한 방법"이라며 "원칙적으로 가격 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기요금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포함된다"고 답했다.

반면 정부는 이번 가격 규제를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달부터 SMP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 고시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전력거래소도 지난 1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도입에 따른 규칙개정(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전력업계 한 전문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SMP 상한제를 두는 것은 모순"이라며 "한전뿐만 아니라 발전 5개사의 실적도 악화되는 상황에선 원가주의 정책에 더욱 충실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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