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주의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뜻 반영
한전 약관까지 바꾸며 kWh당 5원 인상
유가 내릴 경우도 원가에 반영할지 관건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본부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발송될 전기요금 청구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본부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발송될 전기요금 청구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중 첫 전기료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전기요금의 계속적인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한편에선 발전 원가가 낮아질 경우엔 과연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가 됐다.

27일 정부는 전기료를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하는 연료비 조정 단가를 발표했다.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된 이번 인상 조치에는 전기요금에 이른바 '시장 원가'가 반영돼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이 담겼다.

원료비 연동제란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원유·천연가스·유연탄 등 발전 연료비가 상승하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하락하면 내리는 방식이다.

다만 인상·인하 폭이 직전 요금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으로 제한돼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고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전은 원유와 석탄 가격이 오른 만큼 적자를 벗어나려면 1kWh당 전기료를 33원은 올려야 한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규정상 인상폭이 3원으로 제한되면서 이를 5원으로 높이는 약관 개정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kWh당 5원 인상됐다.

이에 따라 3분기 전기요금이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인 307kWh 기준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국제연료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인상이 필요했다"면서 "여름철 취약계층의 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할인 한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가주의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는 이번 인상에만 멈추지 않고 발전 원가가 오른 만큼 지속적인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선 지난 3월 24일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기요금의 원가 반영체계 마련을 위한 제도 개편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전 때리기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비상 상황인데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먼저 불을 지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민간기업이었으면 (이미) 도산했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데 이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면서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숫자가 늘어난 관리비 영수증을 받아들게 된 서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강남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 씨(여·54)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인상 책임을 공기업에 떠넘기려는 쇼 아니냐"며 격앙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료비 연동제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도입됐다. 이후 6차례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이 있었지만 정부는 4번을 동결하면서 원가의 변화를 전기요금에 적기에 반영한다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에너지 전문가는 "발전원가가 내린 만큼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진정한 원가주의"라면서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기업에게 수익성을 요구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