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추월
농사용 전기료는 평소에도 회수율 약 25%
산업부, 회수율 가장 높은 산업용부터 올려
전문가들 "전기요금, 원가주의에 입각해야"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0월부터 산업용 전기료만 차별적으로 올리는 전기요금 조정을 시행하자,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된 주택용·농사용 전기에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이 올해 10월부터 적용할 예정인 '합리적인 에너지소비를 위한 전기요금 조정 시행' 계획은 전기사업법이 규정한 원가주의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 원가 회수율은 전기공급에 들어간 비용을 전력 판매 수입으로 얼마만큼 회수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용도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한전의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을 처음으로 추월하게 됐다.
지난 1일 한전은 2022년 기준연료비 잔여인상분 4.9원/kWh에 더해 모든 용도별 소비자들에게 1kWh(킬로와트시)당 2.5원의 전기료를 인상키로 했다. 동시에 △산업용과 일반용 고압A는 4.5원 추가하고 △고압BC는 9.2원 올리는 정부의 차등 인상 방침도 반영했다.
이에 따라 10월 전기요금부터 △주택용, 일반용·산업용갑,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전기 사용자는 1㎾h당 7.4원 △산업용 고압BC 소비자는 20.9원이 오른 고지서를 받게 됐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앞서 "대기업 전력의 원가 회수율도 70%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들 부문의 전력 원가 회수율을 98% 수준까지 회복하겠다"면서 인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전이 발표한 2021년 기준 전기판매 기록을 보면 전체 판매단가 평균은 108.1원/kWh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는 105.5원/kWh로 전체의 54.6%를 차지한다. 반면 전기요금에 대한 특례제도 적용으로 46.0원/kWh에 팔리는 농사용 전기의 비율은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용도별 원가 회수율은 한전의 영업비밀이다. 다만 박 차관이 산업용 전기 원가 회수율이 70%로 떨어진 상황을 강조하면서 농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이 산업용의 3분의 1 수준인 25% 안팎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용 전기 원가 회수율은 농업용보다 높지만 산업용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올해 상반기 14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 안팎에선 원가에 훨씬 못 미치게 판매해온 농사용 전기요금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 농사용 요금은 낮게 설정하고 산업용은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특히 농사용 전기요금 특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 차관도 "일부에서는 30대 대기업에 드는 회사도 합법적으로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특례제도는 통합·철폐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전기사업법은 전기요금을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일 것"이라고 규정, 원가주의에 입각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전 역시 "전기요금이 공급비용을 보상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이와는 거꾸로 된 고지서를 받아 들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원가 회수율이 낮아진 것부터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의 공급원가는 사용전압(저압 혹은 고압)과 부하패턴, 사용시간대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급전압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전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2020년엔 흑자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결국 원가 회수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 적자의 원인"이라며 "내년부터는 농사용 전기요금과 주택용 전기요금까지 현실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소 여력이 있는 대기업부터 단계적 인상조치를 하는 것으로 다른 판단이 개입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