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0·29 참사 희생자 온라인 기억관 개설할 것"
유족 연관 희생자 개인정보, 개인정보 침해 처벌 가능

11월 11일 용산구청 직원들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을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11일 용산구청 직원들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을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가 유족의 동의 없이 155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공개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희생자 실명을 공개하는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들레는 14일 오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일부 유족의 반발이 이어지자 희생자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삭제하고 일부 명단도 지웠지만, 희생자 155명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는 온라인을 통해 확산했다.

민들레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김근수 해방신학 연구소장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유시민 작가, 김상봉 전남대 교수 등이 칼럼 필진으로 참여한 인터넷 매체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날 밤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연 추모 미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불렀으며 유튜브 채널 더탐사도 이날 명단을 공개했다. 김영식 사제단 대표신부는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패륜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희생자 이름과 사진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명단 공개 후 여론이 악화하며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그 무엇보다도 유족들의 명시적인 의사가 중요하다”며 “더 나아가서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을 때 문제가 될 것 같고, 또 정쟁으로 옮겨질 수 있는데 인화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 의원은 “민주당 차원에서 이걸 공개하는 게 맞다, 이렇게 논의된 바는 전혀 없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라고 하더라도 그건 이재명 대표가 자기 개인 차원에서 얘기한 거지 당 차원에서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다만 안민석 민주당 의원, 민주당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 20명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10·29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촉구 의원모임’을 발족하고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모두를 기억하겠다”며 “우선 ‘10·29 참사 희생자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희생자 명단 공개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 구하기”라고 맹공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대범죄 혐의를 받고있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앞장섰다. 이 대표가 나서서 주장했고 당직자라는 사람들이 희생자들과 유족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합창했다”며 “결국 친민주당 매체에서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민들레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온라인 매체 더탐사와 민들레가 어떤 경로로 명단을 입수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 명단 자료는 철저히 공적 자료다. 그들이 훔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날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해 달라고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조계는 유족들이 더탐사·민들레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소정 법률사무소 대표 김소정 변호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살아있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법원 해석례를 살펴보면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유족과 연관된다면 유족의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만약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사망자 명단을 통해 일부 네티즌들이 이분들의 SNS 계정을 찾고 고인이 되신 분들의 사진을 퍼 나르며 조롱한다면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그 발단이 되는 명단을 공개한 두 매체에 대해서도 향후 사자 명예훼손이 성립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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