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좌충우돌 연기 도전기]
연출가 선생님 모셔 본격적인 공부 시작
낭독극서 조연 맡았지만 연기 단맛 맛봐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고 힘껏 뛰어오르는 것은 기쁨의 표현이다. 연출가 선생님을 모시고 연기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 그것은 기쁨이었다. /pixabay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고 힘껏 뛰어오르는 것은 기쁨의 표현이다. 연출가 선생님을 모시고 연기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 그것은 기쁨이었다. /pixabay

연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허무함’ 그것이었다. 두 번 출연에 단 다섯 줄의 대사로 존재감 약한 조연 역할이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공연이 끝나고 홀로 그 경사 급한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주저앉고만 싶었다. 고요와 함께 찾아온 허무함에 눈물이 흘렀다.

며칠이 지났다.

뒤풀이를 한다는 연락이 왔다. 망설이다가 뒤늦게 참석했다. '연극 교실' 지도 선생님께서 연극 커뮤니티를 조직해서 운영하면 좋겠다고 하셨고 회장은 이미 정해진 뒤였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뭉친다는 것.  마치 나비들이 날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훈련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한자리에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것은 훨훨 날아오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pixabay
공동의 목표를 향해 뭉친다는 것. 마치 나비들이 날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훈련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한자리에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것은 훨훨 날아오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pixabay

제일 늦게 참석한 사람이 총무를 하면 어떠냐고 묻기에 시원하게 “Yes”라고 대답했다. 총무 역할을 잘해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찌그러진 깡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총무가 하는 일이란 커뮤니티 지원금으로 받은 돈을 관리하고 활동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잘 할 자신이 있었다.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보고하는 것은 숙달되어 있었기에 식은 죽 먹기였다.

며칠 후, 연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연극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준비 작업의 모임이었지만 열기가 대단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 갔다. 극본을 구해 리딩을 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해 주기로 중지를 모았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도토리들끼리 모여 내가 더 키가 크다고 아웅다웅하는 격이었다. 결국 연기 전문가를 모셔 공부해 보자는 의견에 만장일치를 모으고 연출가 선생님을 섭외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여러 가지 제한이 있었지만 젊은 연출가 선생님의 지도로 연기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들을 배웠다. 호흡, 발성, 감정 표현, 대본 읽는 방법 등. 특히 대본 읽는 방법을 배울 때는 고저장단에 맞게 읽어야 하고, 같은 낱말이지만 장음이냐 단음이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회원들의 눈빛이 빛났다. 우리는 공중에서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나누었다.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었다. 전문가를 모시기로 한 판단이 옳았음을 인정했다.

연극 커뮤니티 회원들은 연출가 선생님을 모시고 연기 공부를 하면서 모두 만족했다.  미소를 띤 사진 속 마스코트처럼. /pixabay
연극 커뮤니티 회원들은 연출가 선생님을 모시고 연기 공부를 하면서 모두 만족했다. 미소를 띤 사진 속 마스코트처럼. /pixabay

연출가 선생님의 지도로 우리는 그 동안 공부한 내용을 발표해 보기로 했다. 바로 낭독극(배우가 대본을 보면서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연극 분야. 예로 라디오 드라마) 공연이었다.

낭독극 제목은 ‘사랑 여자 그리고 삶’이었다. 엄마와 두 딸이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지 그들의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극본을 받아서 전체를 읽고 역할을 바꾸어 반복해서 읽어 보았다. 그리고, 각자 극본의 내용과 등장인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극본을 받으면 전체적인 내용과 함께, 등장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다. 인물의 특성을 파악해야만 감정 표현 방법, 말의 속도, 고저장단 등이 달라진다.

우리는 연출가 선생님의 지도를 새기면서 자신의 역할에 맞게 리딩을 했다. 순간 순간 연출가 선생님의 조언이 뒤따랐다. 어느 낱말에 포인트를 주고, 어떤 속도로 리딩하고, 어느 부분에서 화를 낼 지, 웃으면서 읽어야 하는지, 체념하듯이 읽어야 하는지, 앞 사람의 대사가 끝난 후에 대사를 칠지 아니면 끝나기 전에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갈지를 가르쳐 주셨다. 자주 시범을 보여 주셨다. 우리는 연출가 선생님의 말을 씹어먹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집중했다.

연기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온몸으로 희열을 느꼈다. 리딩 후 연출자의 지도에 따라 다시 리딩하는 반복 학습이 계속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리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리딩도 좋아졌음을 인정하고 서로 격려해 주었다. 리딩과 함께 각 장(障)에 맞는 음악 선정, 전체 의상, 낭독극에 필요한 장비도 같이 준비했다.

이 낭독극에서도 나는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의 첫째 딸 역할이었다. 첫 연극 무대의 ‘슬기’보다는 비중 있는 역이었다. 대사도 아주 많았다. 순간 순간 감정이 격해지는 대사도 많았다. 마지막 대사에서 죽어가는 동생을 보며 실제로 꺼억 꺼억 소리내어 흐느껴 울었다. 콧물까지 흘렸다.

우는 대사는 우는 그 소리 자체로 다른 사람들까지 울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멋지게 잘했다. 관객(코로나로 우리들끼리의 공연이었음)들이 있었다면 나를 따라 훌쩍 훌쩍 울었을 것이다. 나는 그 인물에 완전히 몰입되었다. 두 번째 무대에서 나는 ‘연기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단맛을 조금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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