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10년물 - 3년물 0.084%포인트 차이
IMF·금융위기와 같은 패턴 보이는 일드커브
5개국서 이미 역전···韓 대열 동참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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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돌아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파월에게 레이건 시대 폴 볼커의 역할을 요구할 만큼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볼커를 소환해 초고강도 금리 인상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시 소련과 동유럽이 겪었던 위기는 비기축통화국인 신흥국에 곧바로 닥칠 전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동현금인출기(ATM)로 불리는 한국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국내외 경제는 1970~1980년대와 데칼코마니 양상이다. 여성경제신문이 당시와의 유사점을 살펴보고 미국의 긴축 정책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반세기 만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자이언트스텝 |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한 가운데 경기침체의 대표적인 징후인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이 국고채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문가들의 예상치(8.0%)를 크게 웃도는 8.3%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앞서 월가에선 미국 내 휘발윳값 급락을 이유로 8월 CPI가 8.0%를 찍은 뒤 9월 7.7%, 10월 6.9%, 11월 6.4%, 12월 6.1%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특히 물가 변동폭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오르면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단순한 비용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 현상이 아니란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앞서 [Fed의 역습]⑥ 준칙과 재량 사이···파월 vs 이창용 엇갈린 노선 편에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한국의 통화 인플레이션 대응 태세를 비교한 바 있다.
美·英 사실상 경기 침체···한은 분석
교역비중 높은 한국 직접적 영향권
韓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 임박?
이어 한국은행은 미국과 유럽이 지역 모두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은 조사총괄팀이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 경기침체 확률을 계산한 결과 코로나 엔데믹(Endemic)과 함께 줄어들었던 가능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는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대외 수요가 위축될 경우 국내 성장이 지체되고, 유럽 경제의 침체와 공급충격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한은의 분석이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선 8월부터 미국과 영국 등 주요 5개국에서 단기 국채금리가 장기 금리를 웃도는 일드커브(수익률곡선)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기후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캐나다다. 8월초 캐나다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약 0.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 7월 캐나다 중앙은행이 통상의 인상폭의 4배에 달하는 울트라스텝(1.00%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결과다.
![[그림1] 지난 30년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과 장·단기 금리차 추이. 금리차가 역전 현상을 보인 뒤엔 반드시 경기침체가 나타난 경험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료=리피니티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https://cdn.womaneconomy.co.kr/news/photo/202209/212978_417946_1542.png)
긴축 경쟁이 단기금리 급상승 원인
비관 심리가 미래에 대한 기대 압도
미국채 일드커브 역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8월 CPI가 발표된 이후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33%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더해 연준이 9월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만기와 만기수익률(Yield to Maturity)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익률곡선은 일반적으로 우상향(단저장고)한다. 만기가 길수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보상을 반영해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수익률 곡선이 단고장저 형태를 보이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대표적인 경기 침체 전조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기준 국고채 3년물 수익률(3.536%)은 국고채 10년물 수익률(3.62%)을 0.084%포인트 차이로 뒤쫓고 있다. 한국의 국고채 시장에서도 역전 현상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금리는 투자자들의 경기 침체 전망을 반영하고 단기금리는 연준의 가이던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단기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overshooting)하는 모습으로 구현되는 것이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 양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같은 역전 현상이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1960년 이후 15차례 걸쳐 발생한 장·단기 금리차 역전 경험 사례를 보면 대부분 경기 침체가 수반됐다.
![[표1] 과거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 발생까지 소요된 기간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한번 역전이 이뤄지면 반드시 경기침체가 도래했다. /자료=여성경제신문](https://cdn.womaneconomy.co.kr/news/photo/202209/212978_417945_91.png)
역전 현상 발생 직후 자본시장 활황
믿어서는 안 될 착시 효과 조심해야
미국은 [그림1]과 같이 1980년 이후 네 차례 경기침체를 경험했으며 네 차례 모두 경기침체 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후 △1990년 7월 저축대부조합 연쇄 파산 사태 △2001년 3월 IT버블 붕괴 △ 2007 12월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겪었다.[표1]
다만 역전현상 발생 이후 실질적인 경기침체 발생까지 소요된 기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 발생에 이르는 기간 직전까지는 자본시장과 경제성장률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사례도 다수여서 정확한 시점을 전망하기도 어렵다.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는 약 1년 정도 지난 뒤에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압력에 취약한 국가로 꼽히는 한국에서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CPI가 소폭 낮아지더라도 연준 긴축강도 약화 가능성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면서 "앞으로의 긴축 사이클에서 한국 국고채의 장단기 금리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8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에 홍역을 앓고 있는 영국도 0.50% 이상의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있는 미국도 빅스텝 이상의 정책금리 인상이 전망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 한·미 금리 역전
모두 자본유출 부르는 악재로 해석
국내 채권 수익률 곡선도 장·단기 금리 차가 작아지는 커브 플래트닝을 연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커브 플래트닝이 나타났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며 "투자자들이 경기 전망 심리가 금융시장에서 먼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한·미 간 장기물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자본유출을 부추길 수 있는 변수다. 금투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한국보다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국내채권에 대한 메리트는 당연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적정 외환보유액 4303억 달러 수준을 가까스로 넘어서고 있다. 다만 자본유출 등을 감안한 국제결제은행(BIS) 방식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 7839억 달러의 절반 수준(55%)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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