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31)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선보인 롱브로치
작년 12월 ‘한국 나전칠기 특별전’ 열려
녹색 브로치는 아마도 옻칠 브로치?

올해 초 김정숙 여사가 착용했던 범 브로치가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적이 있다. 신문에 대서특필되기 이전부터 주위 지인들에게 ‘김정숙 여사의 범 브로치가 2억짜리 까르띠에 팬더 브로치가 맞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미리 말하지만 당시 일었던 정치적인 논란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스스로 ‘팩트 체크’가 필요했다. 그래서 언론과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김정숙 여사의 사진을 분석했다. 그렇게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다 보니 통신사 연합뉴스와 뉴시스가 보유한 사진 자료 전체를 검토하게 되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의 사진들이었는데 약 2만장이 넘었다.
수많은 사진 중 나에게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실 주얼리는 워낙 크기가 작아서 사진만으로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진을 통해 금속의 소재, 디자인 특징, 보석의 종류를 짐작하고 추정할 수 있었다. 딱 한가지 사진을 제외하고 말이다.
해당 사진은 2021년 9월 21일, 김 여사가 20일(현지시간) BTS(방탄소년단)와 함께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한 날이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김 여사가 한국실 개관 축사를 하는 사진에서 하고 있던 브로치였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나 색깔이 있는 유색 보석이 세팅된 것도 아니고, 광택이 있는 금속 소재도 아니었다. 녹색 계열의 색상으로 조형미가 있는 큼직한 크기의 브로치가 김 여사의 상의를 장식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길이가 15cm는 되어 보였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1870년 뉴욕시에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김 여사의 녹색 브로치가 너무나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목제품 위에 색을 칠한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옻칠’이 떠올랐다. 김 여사가 한국실 방문 이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계자들에게 그해 12월 개막 예정인 ‘한국 나전칠기 특별전’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한국 공예품을 전달했다는 기사도 읽었다. 이런 기사가 ‘옻칠 브로치’가 아닐까 하는 심증을 굳히게 했다.
당시 자료를 찾으면서 주얼리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익한 ‘2억짜리 브로치’ 논란 말고 이런 ‘옻칠 브로치’(옻칠 브로치는 필자의 짐작임. 아닐 수도 있음)가 대서특필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옻칠 브로치로 추정되는 브로치를 보면서 수많은 궁금증이 들었다. 어디서 샀을까, 가격은 얼마일까, 누가 만들었을까, 작가의 작품일까 등등. 실물을 보고 싶었지만,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기성품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전통을 살린 듯한 주얼리 제품은 왜 이토록 정보조차 찾기 힘들까?
이는 올해 들어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내게는 큰 사건이었다. 내 머리와 가슴을 친 몇몇 사건 중 하나였다. '전통미가 품은 놀라운 과학, 옻칠에 빠져들다'라는 제목의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대로 필자는 고민 끝에 우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주얼리 제품 혹은 작품을 내가 디자인해서 만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김 여사 브로치 사건 때의 궁금증이 내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김정숙 여사의 녹색 브로치에 대한 궁금증. 아마도 옻칠 브로치로 추정되는, 전통을 살린 브로치가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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