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29)
1997년 36세로 생을 마감한 세기의 연인
1981년 찰스 왕세자와 약혼 때 직접 골라
2010년 아들 윌리엄도 그 반지로 프러포즈
지난 8월 31일은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Diana, Princess of Wales, 1961~1997)가 사망한 지 25년째 되는 날이었다.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집트의 억만장자 도디 알파예드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뒤쫓아오는 집요한 파파라치를 따돌리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로 36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다이애나비는 활발한 봉사와 적극적인 자선 활동으로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았다. 1981년 찰스 왕세자(73)와 결혼해 두 왕자를 낳았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결혼생활은 늘 불행했다. 사망 1년 전인 1996년에 찰스와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다. 그러나 다이애나비의 인기는 이혼 후, 사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이애나비는 생전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뛰어난 패션 감각과 주얼리 스타일링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세기의 스타일 아이콘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았다. 다이애나비의 25주기를 맞아 그녀의 주얼리 컬렉션 중 약혼반지를 소개한다.
다이애나비는 연회를 비롯한 공식석상에서 다양한 주얼리를 선보였다. 그런 주얼리 컬렉션이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주얼리는 대부분 19세기와 20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녀의 주얼리는 값비싼 보석이 세팅된 것과 커스텀 주얼리(주로 주문 제작 방식으로 개성있는 디자인의 주얼리)가 섞여 있다. 영국 대중매체는 이를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주얼리’라고 평가한다.
그런 그녀의 주얼리 가운데 약혼반지는 1981년 약혼을 위해 직접 고른 것이었다. 9월의 탄생석인 사파이어가 세팅된 반지였다.
사파이어라는 보석 이름은 라틴어에서 푸른색을 뜻하는 ‘Sapphirus(사피루스)’에서 유래했다. 역사가 오래된 보석이자 맑고 진한 푸른 빛깔이 왕의 권위를 잘 나타낸다고 여겨져 왕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다이애나비의 약혼반지는 12캐럿의 타원형 사파이어가 메인 스톤으로 그 주위를 작은 다이아몬드가 둘러싼 것이었다. 반지의 소재는 18K 화이트 골드로 영국 주얼리 브랜드 ‘가라드(Garrard)’ 제품이었다. 당시 가격은 2만8000파운드(약 4000만원)였다.
사파이어 반지를 고른 다이애나의 선택은 이례적이었다. 세기의 결혼식을 앞두고 다이애나가 약혼반지로 다양한 보석 중에서도 블루 사파이어를 골랐으니 큰 화제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라드가 영국 왕실의 공식 주얼러이긴 하지만 이 제품은 왕실의 요청에 의한 맞춤 제작이 아닐뿐더러 독창적이지도 않은 기성품이었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카달로그에 나와 있는 가라드 반지 컬렉션 중 하나였다. 다이애나는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에도 이 반지를 여러 차례 착용했다.
사파이어 반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아들 윌리엄에게로. 윌리엄은 2010년 가을 케냐에서 캐서린 미들턴에게 이 반지로 프러포즈했다. 어머니의 유품인 사파이어 반지로 프러포즈를 하면서 반지는 다시 한 번 큰 화제가 됐다. 다이애나 사후 13년 만이었다. 그들의 약혼 후, 한때 전 세계에서 최상급 블루 사파이어의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가라드 또한 회사 창립 연도를 의미하는 ‘The Garrard 1735 Sapphire’ 컬렉션을 통해 다이애나의 약혼반지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제품을 지금도 출시하고 있다.
만약 다이애나비가 살아 있다면 올해로 61세. 아마도 곱게 나이든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그의 주름진 모습은 볼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애나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모든 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 보석 사파이어는 그래서 더욱 신비하다. 마치 천상의 신비를 간직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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