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36)
4가지 보석 중 마지막은 토파즈
‘불’을 의미하는 타파즈가 기원
무하, 황금색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내

프라하 카를교 /체코관광청
프라하 카를교 /체코관광청

중세의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체코의 수도 프라하. 어둠이 내려앉으면 카를교(Charles Bridge) 난간에 늘어선 30개의 동상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프라하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 아마도 카를교 돌다리를 걷던 기억이 가장 강렬하지 않을까.

프라하 도심을 가로지르는 카를교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다. 야경이 빼어난 카를교는 프라하성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카를교와 프라하성만으론 부족하다.

무하 박물관 내부 전경 ©Mucha Museum / Mucha Trust 2017
무하 박물관 내부 전경 ©Mucha Museum / Mucha Trust 2017

프라하를 방문한다면 놓쳐선 안 되는 곳이 있다. 바로 ‘무하 박물관’(Mucha Museum)이다. 아르누보(19~20세기 초반 유럽 및 미국에서 유행한 장식 양식)의 거장이자 체코 출신의 예술가 알폰스 무하(1860~1939)의 미술관이다. 무하는 체코의 국민 화가로 불린다. 박물관은 무하의 작품 세계와 삶을 조명하기 위해 1998년 문을 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무하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사랑했다. 후원자를 만나 청년 시절 파리에서 유학하며 잡지와 광고에 삽화를 그렸다. 힘든 생활을 보내다 우연히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위한 극장 포스터 주문을 맡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네가지 보석; 루비, 에메랄드, 자수정, 토파즈』 알폰스 무하 作. 1900년경 ©Richard Fuxa Foundation
『네가지 보석; 루비, 에메랄드, 자수정, 토파즈』 알폰스 무하 作. 1900년경 ©Richard Fuxa Foundation

포스터로 일약 유명해진 무하는 큰 호평을 받으며 회화, 포스터, 광고와 책의 삽화를 그렸다. 이어 보석, 카펫, 벽지 등 장신구를 제작하게 된다. 무하의 작품 스타일은 이때부터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넝쿨 같은 여인의 머리카락, 독특한 글자체, 자연에서 착안한 화려한 장식 등.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화풍은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로 불리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무하는 장신구, 가구, 그릇 등 장식 예술 분야의 디자이너로도 큰 명성을 얻었다. ©Mucha Museum / Mucha Trust 2017
무하는 장신구, 가구, 그릇 등 장식 예술 분야의 디자이너로도 큰 명성을 얻었다. ©Mucha Museum / Mucha Trust 2017

주얼리 디자이너로도 유명했던 무하는 『4가지 보석(1900년경)』이라는 그림을 남겼다.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진 4가지 보석을 네 명의 아름답고 젊은 여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각각의 길쭉한 패널에는 매혹적인 자태의 여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석의 색상은 드레스, 주변의 장식물, 그리고 전경의 꽃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네가지 보석 중 『토파즈(La Topaze)』 ©Richard Fuxa Foundation
네가지 보석 중 『토파즈(La Topaze)』 ©Richard Fuxa Foundation

보석을 향한 열정이 남달랐던 무하가 선택한 ‘4가지 보석’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루비, 에메랄드, 자수정, 그리고 토파즈였다. 그가 선택한 4가지 보석 중 그림 속에서 황금빛 머리에 황금빛 드레스를 입고 턱을 괴고 있는 여인으로 표현한 토파즈는 어떤 보석일까?

토파즈(Topaz)는 우리말로 황옥(黃玉)이라고 부른다. 토파즈란 이름은 산스크리트어의 ‘불’을 의미하는 타파즈(Tapaz)가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황옥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 보석은 자연스럽게 노란색일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 쉽다. 그러나 황옥은 노랑, 파랑, 분홍, 갈색, 무색 등 다채로운 색으로 산출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을 단풍잎처럼 황갈색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높다. 이를 '임페리얼 토파즈(Imperial Topaz)'라고 부른다.

무하가 그린 『토파즈(La Topaze)』는 바로 이 임페리얼 토파즈를 연상하게 한다. 11월의 탄생석이기도 한 토파즈는 임페리얼 토파즈 외에 파란색 계열의 보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블루 중에서도 암청색을 띠는 것은 런던 블루 토파즈(London Blue Topaz)라고 부른다.

 

6.33과 5.83캐럿 임페리얼 토파즈가 세팅된 귀걸이(좌) 8캐럿 임페리얼 토파즈가 세팅된 반지./ 쇼메
6.33과 5.83캐럿 임페리얼 토파즈가 세팅된 귀걸이(좌), 8캐럿 임페리얼 토파즈가 세팅된 반지. /쇼메

프라하는 옛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과 문화유산이 많은 도시다. 중세 유럽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도 잘 보존되어 있다. 무하가 그린 4가지 보석; 루비, 에메랄드, 자수정, 그리고 토파즈를 통해서 아르누보 거장의 체취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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