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상승률 24년여 만에 6%대
7,8월 물가 7%대 전망‧‧‧IMF 이후 첫 물가위기

한국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에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역사적 금융위기로 기록되는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 기대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지수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현 기준금리(1.75%)에서 2014년 8월 이후 8년여 만에(2014년 8월) 2.25%로 상향조정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5월 있었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이은 여섯 번째 인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빨간불이 들어온 인플레이션 상황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인상폭이다.

빅스텝은 한은이 1999년 기준금리를 도입한 이후 첫 단행이다. 그만큼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해 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과 더불어 물가 상승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대비 0.6%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그 상승폭도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상승폭이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수치로 실제 물가상승을 견인한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도 108.22(2020=100)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빅스텝은 향후에도 고물가 지속이 예상됨에 따른 결정이다. 한은은 7,8월에 물가가 7%대까지도 치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7% 물가는 1998년 10월(7.2%) 이후 24년 만이다.
내부적인 인플레 상황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 상황도 이번 빅스텝을 이끌었다.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단행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 불안정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만연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장중 1316원대를 돌파하면서 연고점을 경신, 13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또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도 빅스텝을 뒷받침했다. 지난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동률을 맞았다. 7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이 확정시 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조치할 수 있는 만큼의 기준금리 상승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는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기준금리 인상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