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우려와 세계 경제 침체 불확실성 반영

원‧달러 환율이 13년 2개월여 만에 1320원을 돌파했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이틀 만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7분께 1320.2원까지 올랐다. 이는 전일 종가보다 8.1원 오른 수준이다. 10시 4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24.60원을 달리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5.9원 오른 1318.0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7분 만에 1320원대로 뛰어올랐다.
환율이 장중 1320원을 넘어선 것은 13년 2개월여 만이다. 지난 2009년 4월 30일 1325.0원(고가기준)을 기록했었다. 이로써 지난 12일 1316.4원의 연고점 기록은 재경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고점 경신을 통화당국의 물가 잡기 의지가 아직 부족하다고 시장이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볼 때 한국의 물가상승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 값이 올라가는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솟구치고 있다는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연말 기준금리 2.75%~3% 전망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높아서 지금 기대로는 합리적“이라고 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관계자는 “이 총재가 연말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를 찍은 상황에서 물가 잡기에 대한 의지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지난달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이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1%를 기록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달 있을 FOMC 정례회의를 통해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을 감행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의 가치가 지속해서 하락세를 타고 있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물가가 올라가면 통화가치가 떨어지는데 통화당국이 물가 잡을 의지를 확실히 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장 불안감을 키운다”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는 그 타격이 더 크다. 그에 대한 불확실성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