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조치 27개국···정부 시장개입 위기 심화
곡물→사료→유지류 연쇄적으로 가격 상승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6%라고 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식량위기 당시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6%나 급증하면서 1998년 IMF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에 있다. 그런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2분기 생필품 가격은 지난해 2분기보다 평균 9% 올랐다.
한은 통계에 나타나는 물가 상승률보다 체감 물가 상승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안재욱 경희대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실제 생활비용은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훨씬 빨리 오른다"며 "생활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식량 안보를 내세워 해외 반출을 제외하는 보호무역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6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54.84로 전년 대비 33.6%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에 비해선 0.5% 오름폭을 보였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입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 세계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식량 수출 금지 및 제한 조치에 나선 나라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모두 27개국이다. 전세계 식량 가격을 보여주는 식량농업기구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지난해부터 급등세를 보이면서 월평균 125.7포인트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60포인트에 육박했다.
특히 곡물 가격지수의 경우 2019년 월평균 96.6포인트에서 지난해 131.2포인트로 상승했고 올해 5월에는 173.5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가 지난 5월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면서 수급 불안이 가중됐다.
곡물가격이 상승하니 사룟값이 따라 오르면서 육류 가격지수도 올해 상반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2019년 월평균 83.2포인트였으나, 올해 3월 251.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 교역량 내 식량 수출제한 금지 조치가 차지하는 칼로리 비중은 17%나 증가했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가 식량안보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