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과 금리 역전 세 차례‧‧‧금리 차 최대 100bp
달러화 강세로 전 세계 통화 절하‧‧‧97‧08 때와 달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주변 신흥국의 상황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은 우리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수준(8.6%)이고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향후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텐데 역전 자체보다는 신흥국의 파급효과(상황)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역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금리 역전 차가 커질 때 우리만 영향을 받는 건지 전세계가 같이 (금리 역전이) 오는지에 따라 자본이 빠져나가는 양도 다르다”면서 “지금 이 상황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자본, 즉 안전자산이 빠져나가고 전 세계적으로 달러를 제외한 통화가치가 절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감내할 수 있는 금리 역전 차 정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다만 “과거에도 세 차례나 금리역전됐던 때가 있었는데, 평균적으로 50bp에서 90bp 갔었고 100bp까지 넘은 기록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금리 역전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국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바로미터가 환율 지표다. 지난 12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6원까지 치솟았다.
이 총재는 과거 금융위기와의 비교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과 2008년도를 비교하시는데 97년도에는 아시아에 국한된 위기로 자본이 빠져나갔고 태국으로부터 위기가 전파돼 우리나라도 (달러가) 빠져나갔었다”면서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니까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상황에서 모 매체에서 외환보유고 통계가 불투명하다, 가용 외환보유고 적지 않나 등 비판 기사로 외환시장이 출렁댄 적 있다. 당시에도 한국은행은 잘못된 보도라고 대응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1300원 넘어가고 있지만 우리 원화 가치만 떨어지는 게 아니고 달러화 강세로 엔화, 유로화 등 메이저 통화가 훨씬 더 절하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일본과 중국이 긴축 정책을 쓰지 않다 보니 두 나라의 환율이 더 많이 절하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우리와 수출 경쟁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경기가 조금 더 나빠지지 않겠냐고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갭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만 자본 유출이 되느냐, 우리나라 환율만 떨어지느냐 그것을 봐야한다”면서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다면 너무 예전처럼 생각하는 것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1.75%에서 2.25%로 50b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6% 대로 처음으로 높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 모두 4%에 근접하는 높은 수준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