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인플레 징후 세 자리 가격상승률 포착
6월 생산자물가 역대 최고 19개월 연속 상승
기재부 “추석대비 공급확대, 할인행사 만전”
전문가 “임금인상 영향, 내년까지 물가 상승”

1년 새 양팟값이 두 배로 뛰며 ‘금파’가 됐다. 농축산물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추석 대비 가격 안정 방안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1년 새 양팟값이 두 배로 뛰며 ‘금파’가 됐다. 농축산물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추석 대비 가격 안정 방안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속에서 세자릿수(3-digit) 가격 상승률을 보이는 품목이 관측됐다. 1년 새 양팟값이 두 배로 뛰며 ‘금파’가 됐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50%를 초과할 때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 하는데 그 징후가 농축산물에서부터 나타난 것이다.

석유 가격과 함께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농축산물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추석 대비 가격 안정 방안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배추·무, 양파·마늘 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연이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 차관은 “채소류의 비축물량을 조기 방출하고 지난 20일부터 소고기·닭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농·축·수산물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공급 확대, 할인행사 등 추석 대비 가격 안정 방안을 철저히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04(2015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대비 9.9% 상승하면서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04(2015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대비 9.9% 상승하면서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농림수산물을 포함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04(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대비 9.9% 상승하면서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약 3개월) 소비자물가로 전가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 지표를 예의주시한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가 비싸진 채솟값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데, 이때 국민은 실생활에서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

이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 결국 실현된다. 이는 다시 물가에 반영,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한다.

기대인플레 상승→임금인상→물가상승→기대인플레 상승→임금인상→물가상승 순환이 움직이게 된다. 기대인플레를 두고 '자기실현적 예언'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기대인플레 상승→임금인상→물가상승→기대인플레 상승→임금인상→물가상승 순환이 움직이게 된다. 기대인플레를 두고 '자기실현적 예언'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생산자물가지수 전 품목 오름세 지속
“물가 상승,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


여성경제신문이 생산자물가지수 주요 등락 품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전 품목이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양팟값이 전월대비 84%, 전년대비 105.2% 올랐다. 닭고기는 34.9%, 돼지고기는 19.2% 올랐다. 양우용‧양돈용 배합사료도 같은 기간 약 25%가 올랐다.

경유는 121.4%, 휘발유는 100.5% 올랐다. 자일렌, 벤젠 등 화학제품은 16.5%, 철강절단품, 중후판 등 1차금속제품은 24% 올랐다.

서비스 품목도 많이 올랐다. 국제항공여객이 전년 대비 27.9%, 도로화물운송은 5.1% 올랐다. 한식은 8.1%, 치킨전문점은 10.9% 오르며 서민들의 물가 상승 체감에 몫을 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이 생산자물가지수 주요 등락 품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전 품목이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양팟값이 전년대비 105.2% 올랐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여성경제신문이 생산자물가지수 주요 등락 품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전 품목이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양팟값이 전년대비 105.2% 올랐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지난 18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추석 이후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내려갈 전망”이라면서 “이를 위해선 추석 전 물가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 달 초 기획재정부와 추석 성수품 수급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도 추석대비 농축산물 가격안정 추진방안이 주요하게 언급된 만큼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은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고물가 상황이 내년 상반기나 돼야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 등 시장 수요가 줄면 6개월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에 “작년 하반기 물가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둔화할 수 있겠지만 물가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경우 수입을 늘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지만 우리나라는 수입 늘리기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을 막기가 쉽지 않지만, 직거래 등 유통과정을 단축시키거나 할인점 영업시간 연장을 통한 할인행사 장려,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시켜 인건비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면서 “농산물 가격 인상은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도 있지만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주요한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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