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생산자물가 역대 최고치 소비자물가상승률 6%?
자이언트 스텝 밟은 미국과 ‘데칼코마니’ 경제 상황

한국 경제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 전 경제 상황과 유사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한국은행의 ‘빅스텝’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 전 경제 상황과 유사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한국은행의 ‘빅스텝’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생산자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결정 전 경제 상황과 유사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24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대비 0.5% 상승, 전년동월대비 9.7% 상승한 수치다.

특히 석탄 및 석유제품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둔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월대비 5.9% 올랐다. 농림수산품의 경우 전월보다 농산물(-1.7%)과 수산물(-0.3%)은 내렸지만 축산물(6.9%)이 올라 1.5% 상승했다.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0.9%)와 운송서비스(1.0%)도 올라 전체 서비스에 대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에 비해 0.4% 올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24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24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생산자물가지수와 한두 달 시차가 있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이 결국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것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6%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2008년 이후 최고치였다.

‘자이언트 스텝’ 밟은 美와 닮은 韓 경제


한국 경제 상황은 지난 16일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미국 경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그랬던 것처럼 금통위는 7월 1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완화되지 않는 물가 상승을 지켜보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 단행 이틀 전 미국은 공개된 생산자물가지수로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5월 미국 생산자물가가 전월대비 0.8%, 전년동월대비 10.8% 오른 수치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지수에도 곧 반영될 것이란 공포감이 확산됐다. 앞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6%를 기록하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이었다.

이달 0.75%포인트 금리를 한 번에 올린 연준은 9월과 11월, 12월까지 연속해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상치 않은 기대인플레‧‧‧고물가 고착 우려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를 뛰어넘으면서 고물가 고착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 수준까지 올랐고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물가안정에 대한 책무를 부여받은 한은이 ‘빅스텝’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

“금리 격차 막아야” “급하게 쫓을 필요 없어”


금리인상 폭에 대해 학계는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0.75%포인트 인상했고 다음에도 인상 가능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리 격차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베이비스텝’으로는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반면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 가계‧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그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금리를 빠른 속도로 크게 올려 기업부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자본유출 위험도 없고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급하게 미국을 쫓기보다는 0.25%포인트씩 꾸준히 올리면서 경제주체들에게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 자구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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