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니 시로 PD『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열세 번째 이야기
‘비용’이 ‘가치’로 바뀌었다
이렇게 다양한 장치를 통해 손님의 ‘관용’을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이 끌어낸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설문지를 읽는 내내 들었다. 기획자인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발 발언이 속속 이어지는 바람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요리가 잘못 나온 것을 알고 할머니께서 혀를 날름 내미시는데, 너무 귀여웠습니다.”
“주문을 틀렸는데도 왠지 사랑스러워서 저절로 용서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르신들이 실수를 했을 때 혀를 내미는 모습이 너무 다양해서 우습고 재미있었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화를 내거나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 것은 예상 범위 안에 있었지만, ‘귀엽다’는 표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설문지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요리가 잘못 나와서 너무 기뻤습니다!”
“음식이 잘못 나왔지만 모든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좀 더 실수가 나왔어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오자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심지어 ‘잘못 나와서 기뻤다’는 말은 문법적으로도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잘못 나와서’라는 말 뒤에는 ‘화가 났다’라는 표현이 보통이다. 잘못 나온 것은 나쁜 일이고 잘못 나오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잘못 나와서 기뻤다’라는 말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설문지를 앞에 두고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데, 문득 깨달았다. 오픈 이틀 동안 내가 목격한 것은 '비용’이 ‘가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장소
지금껏 틀린다는 행위 또는 치매라는 병은 사회적으로 볼 때 ‘비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비용’으로 여기던 것이 돌변하여 어마어마한 ‘가치’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있으면 슬프다거나 동정이 간다거나 가엾다거나 하는 부정적 감정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 한정된 시간이다 보니 흔쾌히 관용을 베풀게 될 수도 있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주변 가족 중에 치매를 앓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마음이야 얼마든지 생길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안에서는 치매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손님들의 시선이 신기하리만치 반짝이고 있었다. 왜 그들의 눈빛이 반짝였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지극히 심플하다. 모든 어르신들이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잘 안 풀려도 괜찮아
여러모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치든 시도든 정확하게 의도대로 작용했고 일하는 어르신과 손님이 실수를 인정하고 용납하며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정말이지 멋지고 꿈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요리점 오픈 당일을 맞이하는 것이 너무 두렵고 싫었다. 2017년 6월 3일, 날씨는 맑았다. 여름을 건너뛰었나 싶을 만큼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불안감으로 가슴이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심지어 토할 것 같은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 진심으로 두려웠나 보다. 당황스러워 하는 손님들의 모습, 우왕좌왕하며 주문을 받으러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런 부정적인 영상들만 머릿속을 맴돈다. 아아, 왜 나는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을까. 레스토랑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은 더욱더 커졌다. ‘어떡하지,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나는 2012년에 보았던‘ 삶의 풍경’을 떠올렸다.
와다 씨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간병 시설에서 햄버그스테이크와 만두를 헷갈리면서도 즐겁게 요리를 하고 맛있게 드시던 어르신들의 모습.
괜찮아, 괜찮아.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이상하게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나의 눈앞에는 그때 보았던 어르신들의 ‘평범한 삶의 풍경’과 함께 그보다 더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가게 안에 이렇게 적은 보드 한 장을 내걸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주문을 틀리다니, 이상한 레스토랑이네’ 당신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저희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입니다. 가끔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대신 어떤 메뉴든 이곳에서밖에 맛볼 수 없는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들로만 준비했습니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네. 뭐, 어때’ 그런 당신의 한마디가 들리기를. 그리고 그 여유롭게 넉넉한 마음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