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인스타그램 스토리, 20대 일상을 남기는 곳
업로드에 있어 적은 부담감과 간편함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21년 '뉴스문장실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서 인용되는 각종 통계 등의 기준 연도는 2020년인 점을 밝혀 둡니다.
K대 재학생 박모 씨(여·21·서울 정릉동)의 하루 사이사이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함께한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간 박씨는 운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 한다. 친구와의 약속에 나간 박씨는 카페에서 예쁘게 놓인 디저트와 커피 사진을 찍은 뒤 함께 있는 친구와 장소를 태그하고 스토리를 올린다. 스토리를 확인한 다른 인스타그램 친구로부터 “거기 어디야? 맛있어 보인다”라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은 박씨는 친구에게 자신이 있는 장소를 공유한다.
맥주 한 잔을 마시러 들어간 호프집에서도 스토리 업로드는 계속된다. 함께 간 친구와 맥주잔을 들고 건배하는 장면을 찍는, 이른바 ‘짠메랑’을 업로드 하는 것이다. 집에 들어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던 박씨는 문득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내 듣고 있던 노래 가사를 캡처한 뒤 예쁘게 편집해 스토리에 올린다. 박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사소한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21세기형 사진 일기’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016년 8월 도입된 인스타그램 내부 업로드 기능이다. 한 번 올리면 사용자가 삭제하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프로필에 기록되는 일반 게시물과는 달리, 스토리 기능은 업로드 24시간 후 개인 프로필과 피드에서 게시물이 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공유된 영상과 사진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화면 상단에서 슬라이드 쇼 형식으로 볼 수 있으며 사용자는 본인의 스토리를 열람한 사람들의 목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라면 스토리 자체 기능을 통해 사진과 영상을 직접 촬영해 편집할 수 있으며 개인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편집 기능에는 사용자 본인이 찍은 사진 혹은 영상 위에 현재 위치와 시간, 날씨, 이모티콘, GIPHY(GIF, 움직이는 이미지) 등을 스티커처럼 붙일 수 있는 기능,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기능, 다른 사용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따른 응답을 모을 수 있는 설문 기능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K대 재학생 나모 씨(여·20·경기 구리시 인창동)는 스토리 기능에 대해 “나를 포함한 또래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거의 대부분 스토리 기능을 즐겨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보편화된 것 같다”라고 했다. 2019년 인스타그램 자체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일간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용 계정은 5억 개 이상에 달한다.
실제 인스타그램 또한 이러한 스토리 기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미디어 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5월 7일 서울 반포동 가빛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토리 기능이 한국에서 특히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스콰이어스 부사장은 “20년 동안 커리어를 쌓으면서 이 정도로 빠르게 (서비스가) 성장한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인스타그램의 20대 사용자들이 스토리 기능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취재원 모집은 필자의 기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인터뷰 취재원을 모집한다’는 스토리를 올려 진행했다. 취재원 모집에 응한 10명의 20~25세의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24시간 후 사라지는 스토리… 검열에 대한 피로도가 적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업로드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사용자 피드에서 사라지며, 올렸던 게시물은 자동으로 개인 계정의 보관함에 갤러리 형식으로 저장된다. 또한 사용자가 스토리 아이콘을 직접 누르기 전까지는 다른 사용자의 스토리를 미리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점은 사용자들이 게시물 업로드 시에 느끼는 부담감을 줄여 주고, 그들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빈번하게 스토리를 업로드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 인터뷰를 진행한 취재원 10명 모두 스토리와 피드 게시물 중 어떤 기능을 더 자주 사용하냐는 질문에 스토리 기능이라고 답했으며, 대부분이 그 이유로 ‘게시물 작성에 비해 적은 부담감’과 ‘간편함’을 꼽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운영하는 성모 씨(여·20·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재학생)는 “피드 게시물은 각 잡고 멘트까지 생각해서 쓰게 되는 반면, 스토리는 일회성으로 현재 맞팔로우 되어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가벼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모 씨(여·20·서울여대 아동학과 재학생) 또한 스토리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스토리 게시물이 피드에 떠있는 시간이) 24시간으로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이 있거나 나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만 눌러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씨에 따르면 게시물은 프로필을 누르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하나 신중히 올리게 되는 반면, 스토리는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이에 비해 업로드 시 느끼는 부담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24시간 내 사라짐’ 기능은 미국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의 ‘자기 파괴’ 기능과도 유사하다. 이는 보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확인 시간을 설정해 일정 시간 후 메시지를 자동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실제 스냅챗은 2011년 출시 당시 이러한 기능을 통해 미국 10대·20대 사이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업로드한 게시물이 일정 시간 내에 사라진다는 특성이 사용자의 검열에 대한 피로를 완화해 주어 보다 솔직한,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그를 통한 빠르고 강한 확산, 쉬운 공론화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가벼운 일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캠페인과 릴레이 이벤트의 확산 창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론화시키고 싶은 문제 혹은 공유하고 싶은 현안에 대해 짧은 글을 작성한 뒤 남을 태그하고, 태그를 당한 사람은 다시 다른 사용자를 태그하며 하나의 사안을 계속해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3월 텔레그램 성 착취 게시물 유포로 논란이 되었던 ‘N번방 사건’ 당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이를 공론화시키는 창구로써 크게 작용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스토리를 통해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 공개, 혹은 처벌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일반인 이용자들 또한 해시태그 릴레이 이벤트에 참여하며 N번방 용의자들을 규탄하고, 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역대 최단기간인 4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실제 N번방 해시태그 릴레이와 재난기부 릴레이에 동참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송모 씨(여·20·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는 “파급력이 크고, (사안을) 쉽고 빠르게 공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처음에는 태그되어서 참여했는데, 그러한 이슈를 공론화시키고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방법을 찾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토리 기능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 같아서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모 씨(여·20·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재학생)는 “N번방 사건 때 주변 사람들의 태그로 챌린지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작은 참여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인 사건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해당 사건에 대해 더욱 공감을 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박모 씨(남·국민대 언론정보학부)는 흑인 민권운동의 일환인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 스토리 공유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사건으로 인해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노에 휩싸였고 그 사안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굉장한 확산 속도로 퍼졌고, 특히 유튜브도 외국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많이 보는데 (이를 통해) 그 사건을 자세히 알고 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따라서 무언가 단순하게라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고 내 자의로 행동함으로써 의견을 말하는 수단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활용하고자 간단히 참여했었던 기억이 있다.”
장모 씨(여·20·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재학생)는 “N번방 사건 당시 한 스토리에 엄청 많은 사람이 태그되는 것을 보고 확산이 엄청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장씨는 그러나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쉽게 올리고, 올리고 나서 다시 보지 않고 이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른바 ‘냄비 근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연결성,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연결됨을 느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스토리 기능을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연결성’이다. 사용자들은 스토리를 올릴 때 다른 사람의 이름을 태그하면 서로 같은 내용을 공유할 수 있으며,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김모 씨(남·20·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재학생)는 “게시물과는 다르게 친구의 아이디를 태그하면 똑같은 내용의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서로를 태그하며 같은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서로가) 함께 있음을 알리고 이를 즐겁게 기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술자리에서 건배를 하는 장면을 인스타그램 자체 카메라 기능인 ‘부메랑’으로 찍고 서로를 태그해서 올리는 일명 ‘짠메랑’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한다. 가벼운 경험들을 보다 색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강대 재학생 송씨 또한 스토리 기능에 대해 “일상과 기분을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연결됨을 느낀다. 이로써 하루의 빈틈을 채우는 기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결성의 이면, 사생활 침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타인과 연결된다는 점이 긍정적인 감정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용자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 나아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스토리 편집 기능 중에는 사용자 본인이 찍은 사진의 장소와 시간을 태그해 사진 속에 삽입할 수 있는 스티커 기능이 존재한다. 본 기능을 사용한다면 타인에게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장소와 상황을 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 씨(여·25·파주 동패동)는 “어디서 뭐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만천하에 공개하는 게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드 게시물에 비해 고민 없이 비교적 대충 찍어 올리다 보니 배경에 다른 사람이 같이 찍혀 있는 것을 덜 신경 쓰게 된다며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맞팔로우를 하지 않은 사람도 스토리 확인이 가능하고, 메신저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공개 계정의 사용자들에게 종종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인스타그램을 공개 계정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민대 재학생 장씨는 “모르는 사람, 내가 모르고 나를 팔로우하지도 않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내 스토리를 본다. 생각해보면 1년이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장 씨는 “아예 모르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내 스토리를, 종종 즉각적으로 보는 게 확인되니까 좀 무섭다”고 말했다. K대 재학생 나씨 또한 모르는 사람, 그중에서도 프로필에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홍보성 문구를 내건 사용자들이 본인의 스토리를 열람할 때면 불쾌하다고 전했다.
“누가 내 게시물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스토리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몇 명이 내 스토리를 봤는지,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할 때는 유용하다. 그러나 가끔 ‘조건만남, 출장, 부담없이 만남하실 분 연락 주세요’ 등의 소개 문구와 선정적인 프로필 사진을 걸어 놓은 사람들이 내 스토리를 열람한 것이 확인되면 굉장히 불쾌한 감정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