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코로나 이후 마스크 착용 거부 고객 많아
부당한 요구·취객, 여전히 '독보적' 진상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21년 '뉴스문장실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서 인용되는 각종 통계 등의 기준 연도는 2020년인 점을 밝혀 둡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최모 씨(26)는 평소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 취객이 매장에 들어왔다. 취객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매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최씨는 마스크 착용을 부탁했다. 취객은 이 안내에 기분이 상한 듯 최씨의 마스크를 벗기며 “얼굴 한번 보자”고 위협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했던 양모 씨(여·21·서울 은평구)도 최씨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양씨는 "손님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와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렸다"며 이렇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 안내했을 때 손님이 알겠다고 하셔서 마스크를 소지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문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 착용을 안 하셔서 지속해서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렸다. 계산할 때도 마스크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손님은 알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아이스크림 사러 잠깐 나오는데 차에서 마스크를 가져와야 하냐고 화를 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저에게 던졌다. 마스크가 없는 줄 알았으면 계속해서 안내하지 않았겠죠.”
양씨의 사건은 본사에도 알려져 고소까지 진행할 뻔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르바이트생들은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일이 많아졌다. 동시에 그들은 마스크와 관련한 진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급증한 '마스크 진상 고객'
알바천국에서 대학생 204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업·직종은 카페, 음식점, 패스트푸드 등 ‘서빙·주방’(69.9% 복수 응답)이다. 하지만 이런 서빙·주방 업·직종은 손님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 ‘진상 고객’을 피할 수 없다. 대중문화사전에 따르면 ‘진상 떨다’라는 말은 ‘유독 까탈스럽게 굴다’라는 의미다.

필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어떤 손님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21~26세 남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8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스트레스로 남는 진상 유형은 무엇인지, 얼마나 자주 진상을 만나는지 등이 핵심 질문이었다.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은 같은 업·직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도 이 질문을 공유해 더 많은 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코로나19 유행 후 ▲마스크와 관련한 진상 고객을 힘들어했다.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스트레스 받아왔던 유형은 ▲합당하지 않은 요구를 하는 고객이었다. ▲취객 역시 스트레스 받는 진상 유형 중 하나였다.
진상의 끝판왕, 부당 요구하는 고객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진상의 끝판왕'은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라고 한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이런 유형의 고객에게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최모 씨(23·경기도 안양시)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기억에 남는 진상 고객으로 꼽았다. 최씨의 설명이다.
“월 200만원씩 쓰시는 VIP 고객이 대우 받기를 원해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때가 많았다. 두 팀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을 가족끼리만 사용하고 싶어 했든지, 스테이크를 공짜로 달라는 등이다. 모두 부당한 요구이지만 VIP이기 때문에 그러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경우가 있어 힘들었다.”
분식집에서 일했던 K씨(여·22·숭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재학생)는 “배달 중 누락된 음식에 대해 여러 번 주문을 넣은 후 음식 배달 직전, 배달하지 말라고 통보하며 화를 낸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음식 손실은 물론 매출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부당한 요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요구를 들어줘야만 했다고 한다.

취재원들은 취객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취재원들의 경험에 따르면 취객들은 다른 고객 혹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로 시비를 건다고 한다.
시비의 왕, 취객
이지윤 씨(여·21·서울시 강북구)는 아르바이트하던 중 취객을 만났다. 이씨의 말에 따르면 취객끼리 시비가 붙어 정리해둔 테이블을 다 흐트러뜨리고, 진열해 둔 케이크를 떨어트릴 뻔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씨는 경찰을 불러야만 했다.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정모 씨(여·22·경기도 파주시)도 취객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취객이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포장해주려고 집까지 가는 시간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취객은 오히려 정씨의 집은 매장에서 얼마나 걸리는지 되물었다. 포장을 위해 물어봤던 질문이 기분 나빴던 것이다. 정씨는 “혼자 매장에 있는 상황이라 무서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 따르면 손님이 직원에게 폭언·폭행·갑질을 했을 경우 법적인 보호망은 존재하지 않으며, 형사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자들은 경찰 외에도 다른 법적 보호망을 원하고 있었다.
이들은 진상 고객을 한 달에 2번 이상 만난다고 했다. 하지만 진상 고객과 관련한 피해에 대해 보호 조치를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다고 했다.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3)는 "매뉴얼 같은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아르바이트생 보호 매뉴얼을 법적으로 제정해 보호망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