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댓글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댓글 영상은 댓글의 순기능"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21년 '뉴스문장실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서 인용되는 각종 통계 등의 기준 연도는 2020년인 점을 밝혀 둡니다.
2020년 한 해의 키워드 중 하나는 ‘밈’이다. ‘밈’이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콘텐츠와 문화요소를 이르는 말이다. ‘밈’의 영향으로 2017년 발매됐던 비의 ‘깡’이라는 노래는 3년 만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1일 1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비는 ‘놀면 뭐하니?’, ‘시즌비시즌’에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비의 ‘깡’ 무대 영상은 일명 ‘댓글 맛집’으로 불렸다는 점이다. ‘댓글 맛집’이란 영상에 달린 댓글이 재치 있어 댓글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댓글 맛집 영상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이제는 영상의 내용과 더불어 댓글이 콘텐츠 소비의 주요한 요소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누리꾼들이 유튜브 영상에 재밌는 댓글을 달고, 그 댓글에 또 다른 댓글이 달리는 일종의 '댓글놀이'가 유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댓글을 이용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됐다. 대표적인 게 '댓글 영상'이다. 댓글 영상이란 사람들이 해당 영상에 남긴 재밌는 댓글들을 선별하고 캡처해서 영상과 함께 볼 수 있게 무대 영상과 댓글을 재가공한 것을 말한다.
하나의 예시로 제국의 아이들의 ‘후유증’ 댓글 영상이 있다. 해당 영상 속 댓글인 ‘후유증-김동준(feat. 제국의 아이들)’, ‘백댄서인 줄 알았던 애들이 자꾸 꾸물꾸물 마이크 들고 나온다’ 등이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 ‘레전드댓’ 채널의 ‘후유증’ 댓글 모음집 영상은 조회수가 400만 회 이상 나왔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인 임시완·김동준이 댓글 영상을 시청하면서 직접 댓글을 읽는 일명 ‘본인 등판’ 콘텐츠도 등장하면서 ‘후유증’ 댓글 영상의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댓글 영상은 누리꾼들이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면 댓글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가 댓글을 수집해 재가공하기 때문에 누리꾼들과 유튜버가 함께 만드는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누리꾼들이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기 때문에 누리꾼들은 댓글 영상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댓글의 생산자가 된다. 댓글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는 누리꾼들이 소비하는 영상과 생산하는 댓글을 수집하고 결합시키는 2차 생산자인 셈이다.
댓글 영상이 왜 인기를 얻게 됐는지, 댓글을 이용한 콘텐츠가 어떤 부분을 충족시켜 주었는지에 대해 10명의 20대를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댓글을 이용한 영상의 인기 요인은 △댓글과 영상의 동시재생에서 오는 편리함 △공감으로 만들어지는 소속감 △놓친 장면을 발견하는 즐거움 △직접적 소통의 연결고리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댓글과 영상을 모두 볼 수 있는 편리함"
최근 유튜브에서 댓글은 영상과 동시에 소비되는 형태를 띤다. 댓글을 보기 위해선 따로 댓글 창을 눌러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댓글 영상은 영상과 댓글을 한 번에 보여줌으로써 편리성을 제공한다.
서울 S대 철학과 재학생 김모 씨(여·21)는 "어떤 영상을 볼 때 비디오를 풀영상으로 보기보단 작게 틀어서 댓글 창을 보면서 시청한다"며 "댓글 영상은 한 번에 댓글과 영상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경복대학교 재학생 최모 씨(21·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는 “댓글에는 특정 장면을 재밌게 설명하는 것도 많은데 정확히 어떤 장면인지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댓글 영상에서는 댓글이 설명하는 영상의 포인트들이 동시에 전달돼 더욱 잘 와 닿는다”고 했다.
최씨의 의견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취재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사람들은 미디어 시대에서 주로 댓글을 통해 타인의 생각을 접하고 상호작용한다. 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강원대 중어중문학과 신모 씨(여·21)는 ‘후유증’ 무대 영상만 봤을 땐 단순히 임시완이 시선을 피하는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댓글 영상을 보니 ‘임시완 카메라한테 낯가린다’라는 댓글이 있어 더욱 재밌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신이 느꼈던 부분을 더 웃긴 문장으로 표현해줘서 속이 시원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이모 씨(여·23)는 “2PM의 ‘미친 거 아니야’라는 댓글 영상에 ‘춤추는 게 행사장 풍선 같다’는 댓글이 있었다”며 “그 이후엔 정말 행사장 풍선 같아 보였다”고 했다. 이씨는 “어떤 부분에서는 이 모양 같다, 저거 같다고 하는데 그 댓글을 본 후 영상을 보면 정말 그렇게 보이기도 해서 재밌었다”고 부연했다. 댓글을 통해 닮은꼴이나 비슷하게 보이는 상황을 제시해주면 영상이 마치 해당 댓글 내용처럼 보이면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공감으로 소속감을 만들다
이외에도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광고홍보학전공 이모 씨(여·21)는 “댓글 영상 속 댓글이 창의적이라고 느끼는 동시에 풍자적인 말을 센스 있게 표현해서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 씨(여·21·경기도 구리시 인창동)는 “같은 추억과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 같았다”며 “마치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모 씨(여·20·서울 금호동)는 “댓글 영상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과 공유하면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유씨는 “팬클럽처럼 명확히 소속돼 있지 않아도 댓글 영상을 통해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를 느낀다”며 “댓글 영상을 시청하고 또 그 영상에 댓글을 달면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댓글 영상은 영상 속 세세한 부분을 짚어준다. 빠르게 지나가서 보기 어렵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을 서로 공유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디터’ 채널의 블락비 ‘닐리리맘보’, 틴탑 ‘박수’ 댓글 영상에서도 주목하기 어려운 부분을 확대하거나 다시 보여주는 등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준다.
서울 S대 재학생 김모 씨(여·21)는 “뒤에 서있는 사람의 표정이나 춤 등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잡아줘서 볼거리가 더 풍부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덕여자대학교 프랑스어학과 재학생 박모 씨(여·21)는 “드라마 댓글 영상도 많이 보는 편인데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물건이 다음 내용이나 결말의 복선을 암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때가 많다”며 “웹드라마를 시청할 때 놓쳤던 복선들을 댓글 영상을 통해 발견하고 놀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뭔가를 암시하는 것 같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를 때 댓글 영상을 통해 힌트를 많이 얻는다”며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서 뒷이야기를 예측하거나 분석하는 재미를 준다”고 덧붙였다.
놓친 장면 발견하고… 직접 소통하고
최근 웹 예능 인터뷰에서도 댓글을 활용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문명특급’ 125회를 보면 유키스의 ‘시끄러’ 무대 영상의 댓글을 읽으며 인터뷰하는 부분이 있다. ‘문명특급’ 진행자인 재재는 ‘보컬 두 명이 능력이 좋아서 중간중간 감미로운 게 무슨 초콜릿 묻힌 돼지고기 먹는 느낌이다’라는 댓글을 읽었고 유키스 수현은 크게 웃으며 “요즘 세대 사람들 왜 이렇게 머리가 좋아”라고 반응했다.
이렇듯 시청자들의 댓글을 활용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면 더 폭넓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고 기존의 인터뷰 방식과 달리 팬들의 말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큰 의의가 있다.
성모 씨(여·21·서울 정릉동)는 “제3자가 봐도 웃긴 댓글이 많은데 ‘당사자는 얼마나 웃기고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호기심이 있었다”며 “’문명특급’에서는 댓글을 읽고 당사자의 즉각적인 반응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성씨는 “댓글을 이용해 질문을 하면 시청자가 연예인에게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전과 달리 연예인에 대한 친밀감이 들어 댓글을 이용한 인터뷰가 흥미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문명특급’ 애청자인 황모 씨(24·서울 도봉구 쌍문동)는 “댓글을 이용한 인터뷰는 사전에 인터뷰 대상에 대해 얼마나 많이 조사했는지가 느껴진다”며 “이를 통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새롭고 참신한 질문들을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댓글을 이용한 콘텐츠에 대한 우려와 불편함도 존재한다. 유모 씨(여·21·서울 금호동)는 “가수들의 댓글 영상이 ‘형 왜 그랬어…’, ‘개 못하는데 욕 안 먹는 유일한 그룹…’ 등 해당 무대의 가수를 조롱하는 듯한 댓글이 많아 가끔은 선을 넘는 댓글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를 즐기고 재미요소로 댓글을 다는 것과 가수를 비하하는 것 간의 경계가 모호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모 씨(여·21·인천 작전동)는 “풍자성 댓글이 당연시되는 경향을 보면서 가끔 걱정이 된다”며 “당사자들이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면 좋지만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영상 속 댓글을 들여다보면 주로 의상이나 표정, 실력 등을 지적하거나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악성 댓글' 넘어서야 공감대 형성 가능
성신여대 일본어문화학과 우모 씨(여·21)는 “댓글모음집 영상을 만드는 한 인기 유튜버가 댓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유튜브 개인 커뮤니티에 웃긴 댓글을 달아 달라고 하는 글을 본 적 있다”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댓글을 달면 그것을 재가공하는 것이 댓글 영상의 매력인데 댓글 영상을 위해 일부러 댓글을 요청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우씨는 “이 요청을 본 사람들이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달면서 영상의 취지와 맞지 않는 댓글이 많이 달렸고 이러한 행태는 문제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소통창구의 댓글이 댓글 영상을 위한 댓글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댓글은 의견표출 기능을 넘어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매개로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끼고 댓글이 하나의 재미 요소로 부각되면서 콘텐츠로서 가치를 갖게 됐다. 희화화와 조롱이 전제가 된 댓글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이뤄지고 댓글의 의도적 생산보다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이 보장된다면 보다 바람직한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영상의 영향으로 제국의 아이들, 유키스, 티아라 등의 아이돌 그룹의 활동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댓글 영상은 이들을 재조명해 과거에 돌아섰던 대중들의 반응을 되돌리는 효과까지 보게 됐다.
X세대들이 ‘슈가맨’을 보면서 추억을 회상할 때, Z세대들은 ‘문명특급’과 댓글 영상을 보면서 추억을 공유한다. Z세대 그리고 20대에게 댓글을 이용한 콘텐츠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하나의 타임머신의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