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외교부 장관 공관, 대통령 사저로 '리모델링'
공관 뒤편엔 중구 신당동 매봉산 산책길 위치해
경호·보안 위해 철책 설치, 산책로 보완 작업 진행
본지 현장 가보니... 공사 자재, 나무 절단석 방치

"산책길에 날카로운 절단석이 놓여 있어서 다칠뻔했어요."
나무를 자를 때 사용하는 절단석이 시민들이 걷는 산책로에 놓여있었다. 길이 4미터가량 되는 철재도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음료 캔, 과자 봉투 등 쓰레기도 방치돼 있었다. 각종 공사 자재가 널브러진 이곳은 대통령 사저로 예정된 '외교부 장관 공관' 후문 매봉산 산책로다.
29일 밤 '김현우의 핫스팟'은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매봉산 산책로를 찾았다. 이곳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저로 사용할 현 외교부 장관 공관 뒤편에 위치해 있다. 외교부 공관은 한남동을 주소지로 두고 있는데, 정면이 아닌 후문 방향에 매봉산을 두고 있다.
시민들의 산책로로 쓰인 현장은 높은 철책이 세워지는 등 현재 대통령 사저 경호를 위한 장소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매봉산 산책로는 운동시설과 어린이 숲 체험 공간 등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존 외교부 장관이 공관을 사용할 때도 시민 산책로인 매봉산 산책로를 제외한 구간만 경호 지역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공관이 들어설 것으로 확정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산책길은 보안을 위한 요새로 바뀌고 있었다. 철책이 추가로 설치되고, 시야 확보를 위해 산책로 일부 나무를 베는 등 분위기는 무겁게 바뀌었다.
매봉산 산책로와 대통령 공관까지 거리는 1km 남짓이다. 따라서 이곳 산책로를 방문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향후 신원 확인 및 불시 검문 등이 이뤄질 수 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5조'를 보면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을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매봉산 산책로 보안과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대통령 보안과 관련한 부분은 극비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기존 산책로까지 보안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 산책로엔 각종 경호 및 보안을 위한 장치 설치 등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민들의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얼마 전부터 철책 설치 등을 위한 장비와 공사 자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나무도 몇 그루 잘렸다"고 전했다.


기자가 이날 찾아간 매봉산 산책로 옆 경사로엔 나무를 자를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절단기와 절단석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얇은 천막과 박스에 담겨져있었다. 절단석은 (주)한국레즈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이날 산책로를 찾은 시민 B씨는 "낮에는 절단석이 그대로 노출된 경우도 봤는데, 최근에는 산책하던 시민이 살짝 미끄러졌는데 만약 경사로로 떨어지면 절단석과 충돌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장 인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각종 쓰레기도 그대로 방치됐다. 길이 4미터가량 되는 철제로 산책로 옆길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상황에 대해 "현장 상황을 매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사 현장에 시민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매봉산 행정구역인 중구 구청 측도 "해당 내용에 대해 주민 신고 등 접수는 없었다"며 "대통령 사저 관련 보고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향후 매봉산 산책로 보안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 "모든 산책로를 100%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처럼 신원 확인 없이 자유롭게 통행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경호처 입장에선 보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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