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의 그랜드 투어]
나를 찾고 인생을 바꾸는 여행
장소가 아니라 생각을 바꾸기

나를 찾고 삶을 바꾸는 여행을 떠난다. /게티이미지
나를 찾고 삶을 바꾸는 여행을 떠난다. /게티이미지

여행은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저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 입니다. 저는 여행주의자거든요. 아니 인생을 바꾸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바꿔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따져보면 여행이야말로 사서 하는 고생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습관처럼 말하지만 알고 보면 일상은 매일 매일의 해야 할 일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지요. 편리하고 안전한 일상, 아무런 불편없이 모국어를 말하는 것으로 소통이 되고,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길을 잃지 않고 지하철을 환승하며 내가 누구인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일상을 떠난 여행지에서 알게 되지 않던가요.

그래도 우리는 어눌한 이방인이 되려는 여행을 꿈꿉니다. 왜 집 떠나면 고생이라면서 늘 여행을 꿈꾸는 것일까요? 왜 우리에게는 여행이 필요할까요? 특히 인생의 전환기, 변곡점에서 말입니다. 보지 못했던 풍광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짜릿함 너머에 진짜 여행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랜드 투어》를 떠올려 봤습니다. 17세기 중반부터 유럽 상류층의 귀족 자제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기 전에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돌아보며 여행을 했다지요.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전환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더 넓은 세상을 돌아보며 문물을 익히고 넓어지게 하는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이겠지요. 마차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시대에 가정교사, 요리사, 시종들과 함께 떠나 수 년간 여행하는 동안 성장하고 성숙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것입니다. 저는 감히 여행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나를 알고 삶의 방향을 찾는’ 것 말입니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고유한 것. /gettyimages
여행은 누구에게나 고유한 것. /게티이미지

18세기 이미 성공한 작가이자 외교관이던 괴테는 삼십대 후반에 2년이 넘는 이탈리아 여행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동양에서는 마흔을 넘긴 연암 박지원이 북경을 거쳐 열하에 이르렀던 여정을 마치고 그 유명한 『열하일기』를 남겼지요. 현대의 대표적 그랜드 투어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인생의 대전환을 만들었던 파올로 코엘료가 떠오릅니다. 어른이 될 준비를 위해 떠났던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에 떠났던 여행이었습니다.

앞서 살았던 위대한 사람들의 여행에 기대어 ‘내 인생을 바꾸는 여행, 그랜드 투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여행이 인생을 바꾼다고 믿는 여행주의자로서 우리 삶에 관여하는 여행을 위한 세 가지 방법이라고 살짝 힌트를 드려 봅니다. 직접 떠나든, 떠나기 전이든, 그리고 다녀온 후까지도 여행은 계속되는 것이니까요.

여행지를 결정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시는 것이 가이드북을 마련하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그 방법은 제가 생각하는 그랜드 투어와 가장 멀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행은 어쩌면 매우 비효율적일 것입니다.

역사공부를 하자고 그 곳의 작가를 문학 작품을 알아보자고 할 예정이거든요. 그 나라 음악을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여행이 된다고 떠들지도 모릅니다. 떠나더라도 ‘반드시 가야할 곳 10’ 이런 리스트는 알려드리지도 않을 거고 오히려 주관적으로 내가 보는 그 곳에 대해서 생각하자고,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 장소인지에만 관심을 두자고 할 생각입니다. 유명한 포인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행지가 내게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궁리해보고자 합니다.

[박재희의 그랜드 투어]에서 처음으로 갈 여행지는 더블린입니다. 여행지는 모두에게 고유한 말을 건넵니다. 존재에 새겨지는 여행을 꿈꾸는 저에게 더블린이 건넨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꼭 가야하는 포인트 소개와 같은 친절한 안내가 없는 그런 여행을 기대하는 분과 이제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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