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우려가 물가 상승 부추기는 현상
국민의힘 당내도 면세 품목 늘려라 목소리
16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촉각
전문가 "현 단계 최선책···기업규제 개혁뿐"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안정 대책의 키워드로 '공급'을 꼽으면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으로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원유 역관세 인하 등 신자유주의적 조치가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당정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일 출근길에서 "공급 사이드 정책을 다 펼치겠다"고 언급하자 여당이 관세를 내리는 수입품을 늘리는 방안 검토에 나섰다.
정부는 현재 물가 상승 원인이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뭄 등 쇼크가 겹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
지난 5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5.4% 올라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한 번 형성되면 수요-공급의 원리와는 무관하게 저절로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자기실현적 예언' 현상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내년에 물가가 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아무런 구조적 이유 없이 물가가 5% 이상 상승하는 원리다.
이같은 상황에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긴축 재정과 함께 수입품에 붙는 세금을 깎거나 면제하는 방법으로 원가를 낮추는 방안밖에 없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세율도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가 연말까지 식용유와 돼지고기, 밀가루 등 식품 원료 7종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는데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당장 산업계에선 원유 등 석유제품에 붙는 3% 역관세 폐지론이 제기된다.
역관세란 가공단계가 낮은 물품의 관세율이 가공단계가 높은 물품의 관세율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 3% 기본관세가 적용되는 수입유가 대표 품목으로 수입석유에는 리터(ℓ) 당 16원의 관세가 붙는다. 환급을 제외한 순징수액은 8000억~9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대한석유협회는 3%인 원유 관세를 0%까지 낮추면, 기름값은 최대 2.7%, 소비자 물가는 0.24%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상범 대외협력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원유 관세 인하를 하면 휘발유·경유·LPG뿐 아니라 등유, 항공유 등 모든 산업계,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당정 일각에선 대통령 시행령 개정으로 석유류 제품에 부과하는 유류세 인하폭을 현재 30%에서 법정 최대 한도(37%)까지 올리는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탄력세율이란 법에서 정한 기준 세율을 정부가 상황에 맞게 일정 범위에서 국회 동의 없이도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높일 수 있다.
기획재정부 추산 결과 ℓ당 573원까지 내려간 휘발유 제품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추가로 57원 더 떨어뜨릴 수 있다. 407원인 경유 유류세는 38원, 142원인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2원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물가안정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유지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고착되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출 증가 없이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은 획기적인 규제개혁 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