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에서 민간주도 경제 운용으로 전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상속세 납부유예 신설
秋 “재정‧공공기관 방만 운영돼 혁신 지체돼”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맵이 공개됐다. 변화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 운용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기업 성장을 옭아맸던 정부 간섭 및 규제에 대한 혁파가 핵심이다.
정부는 △민간중심 역동경제 △체질개선 도약경제 △미래대비 선도경제 △함께 가는 행복경제 등 4가지 방향에 역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위기일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경영 부담 절감…법인세 최고세율 25%→22%로 인하
세부 정책을 살펴보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을 보장해주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공정거래법 손질에도 나선다. 특히 지금까지 기업결합(M&A) 심사에서 배제됐던 '효율성 증대 원칙'의 적용 체계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외 유보소득 배당에 대한 과세도 대폭 경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투자와 일자리 확충을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가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납부유예제도 신설했다. 반도체 등 핵심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고용증대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중소・벤처기업의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늘려 유망기업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조성한다. 인수합병(M&A)・기업공개(IPO) 규제개선도 단행한다. 민간의 벤처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법령상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합리화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경제 분야 규제혁신 TF’를 출범시키고 직접 팀장을 맡아 기업 경영을 둘러싼 갈라파고스 규제를 손질해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공공부문 건전 재정 확립…정부주도 기조 ‘폐기’
윤석열 정부는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에서도 기존의 정부주도 색을 완전히 뺐다. 그러면서 민간 주도 성장과 생산성 증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재정과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시장과 교육시스템 △금융・서비스산업 혁신 지체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이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공공부문에서는 재정 준칙 법제화 등으로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기능・인력 조정, 재무 위험 높은 기관에 대한 집중관리제를 도입한다. 또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 부문에서는 경직된 근로 시간을 개선하고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한다. 주 52시간제의 기본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연성이 높아지도록 연내 근로 시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한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 혁신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금융 부문의 경우 디지털 전환 등 금융환경 변화에 맞게 규제・제도 전반을 재정비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할 예정이다.
엇갈리는 전문가 반응…기대와 아쉬움 갈려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학계에서는 기대와 아쉬움의 반응이 엇갈렸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규제 완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민간영역이 앞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경제성장이 동력을 받으려면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회에서 의석수를 빌미로 규제 완화 정책을 막아 실제 반영되지 않을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법인세 인하나 상속세 납부 유예 등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최근 화물연대 파업 정부 합의나 부동산 가격 통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봤을 때 근본적인 개혁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동의 경우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독일처럼 노동 참여율을 높여서 노동 참여를 자유롭게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데 아직 최저임금이나 근로 시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정치적 결단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75% 인상 결정 이후 발표됐다. 추 부총리는 “최근의 경제 어려움은 해외 발(發) 요인과 누적된 근본적 문제들이 중첩된 데 기인한다”면서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한국경제가 엄중한 상황임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