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하루 숨고르더니 다시 하락세
美 스태그플레이션 현상 곳곳서 나타나
양적완화와 긴축에도 달러는 계속 강세
전문가 "결국 인플레를 잡아내는게 중요"

뉴욕 증권 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 증권 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느냐 여부가 증권가를 비롯한 경제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적으로 인플레이션 완화와 자본유출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는 0.75% 인상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금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환율은  1288.0∼1291.0원에서 오르내리다 전 거래일보다 1.7원 오른 1287.3원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연준이 기준금리 0.75%포인트를 인상하자 16일 하루 동안 안도 랠리가 이어졌지만 이튿날 다우지수 3만선이 무너지는 등 뉴욕증시는 일제히 추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1.46포인트(2.42%) 떨어진 2만9927.0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3.25%, 4.08% 급락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잉글랜드은행(BOE)과 스위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하면서 각국의 긴축 랠리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연준이 정책금리를 연간 7회 인상할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추가적인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면서 시장 내 불확실성을 낮춘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기 곳곳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시그널이 멈추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경제 회복세가 둔화돼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의 지난 5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보다 14.4% 급감했고, 중부 대서양주의 공장 조업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지난 5월 소매판매가 5개월만에 처음으로(-0.3%) 감소했다는 것이다.

6월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변화 추이. /한국거래소
6월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변화 추이. /한국거래소

국내 경제 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300원 돌파하느냐 여부다. 세계 각국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변수가 달러 상승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여전히 기축통화로서의 면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가장 많이 풀리는 돈이 달러이니 미국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중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명목 달러 인덱스(Nominal US Dollar Index)는 2021년 1월 코로나로 돈이 풀리기 이전(2020년 1월 1일)보다 16.1포인트 오른 111.2를 찍더니 올해 5월엔 120을 넘어섰다.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풀린 달러의 가치가 평균적으로 22.5%나 높아진 것이다.

에너지 공급대란이 장기화되고 물류비용의 증가로 무역수지 적자가 앞으로도 확대될 경우 원달러 환율 1300원 돌파는 기정사실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이에 더해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은 자본 유출로 직결되는 위험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자체가 잡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단기 외환시장의 향방도 여기에 산유국 증산 및 물가상승률에 좌우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절대 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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