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법·원칙에 따라 대응" 지시
경찰 "불법 행위자, 현장 검거 원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7일 0시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약 한 달만에 벌어진 첫 대규모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예고하며 비상수송대책에 중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진 대응 수위를 보였다.
화물연대·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7일 오전 부산·인천·경남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지부별 집단운송거부 출정식을 진행했다. 국토교통부는 7일 오후 5시 기준 화물연대 조합원 2만 2000여 명 중 약 40% 수준인 9000여 명이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총파업의 핵심은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다. 안전운임제는 당초 2020년부터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화물연대는 치솟는 경유값과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이유로 연장을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수준의 운임을 보장해 과로와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반면 경영계는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을 명분 없는 집단행동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와 물류를 볼모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비 상승으로 무역업계의 어려움이 매우 큰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7일부터 집단운송거부를 예고한 것에 대해 경영계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실제로 쌍용C&E·한일시멘트 등 국내 7대 시멘트사와 현대제철·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는 파업 첫날부터 제품 출하와 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하이트진로 등 유통업계도 제품 출고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12개 항만의 하루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전날 대비 28% 감소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에도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일 평균 출하량이 최대 80% 급감하면서 하루 피해액이 약 11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비상 수송 대책만을 담은 A4 용지 2쪽짜리 참고자료를 배포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강경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 6쪽 분량의 참고자료를 내면서 이번 총파업이 “뚜렷한 명분이 없고 소모적”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우려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쟁의 행위든 간에 선거운동 할 때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고 천명해 왔다”고 경고했다.
윤 정부의 화물연대 대응 수위는 새 정부 국정기조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노조의 불법 파업, 사업장 점거 등에 대한 ‘엄정 대처’를 명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경찰은 강경 대응책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7일 내부 지시를 통해 “불법 행위나 그로 인한 운송방해가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되어선 안 된다”며 “불법 행위자에 대해선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경찰 기동대 90개 부대를 동원해 약 6300명을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또 각 지방경찰청은 ‘화물연대 불법행위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8일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 앞에서 파업 중인 화물연대 노조원 15명은 이날 8시 3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출입 화물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노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도 문재인 정부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불법 파업이 지속되면 공권력도 투입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법 해석이 노동자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이라며 “조직적인 결정이 아닌 우발적인 기물파손만으로 불법 파업으로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는 비교적 유연하고 조심스럽게 파업의 불법과 합법을 해석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굉장히 엄격하게 해석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무리한 불법 파업 해석으로 인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