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으로 제어하기 힘든 유가 급등세
장바구니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직결
기업도 채무부담 커지며 투자 어려워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연합뉴스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참모들에게 특단의 물가안정화 대책을 요구했지만 막상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며 "물가 상승 억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소비자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인 기름값 잡기부터 난항인 형국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기름값은 거꾸로 더 오르는 양상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3.2원 오른 L(리터)당 1950.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4년만의 최고가 기록이다.

경유 가격 급등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것이다. 석유류는 지난 4월 물가상승률에서 1.48%포인트를 기여했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4.8% 상승 분의 30.8%의 영향력을 보여준 셈이다. 

이같은 유가 급등에 올라타 지난해 10월부터 3%대 고공 행진하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대 후반까지 치솟았고, 조만간 5%를 넘어설 전망이다. 민간소비와 투자 위축의 영향으로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7%에 그치면서 한국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 목전에 이른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생산자물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경 1283.0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들의 대외채무 부담이 커진다.

한국은행 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기업의 대외채무액이 1430억 달러가 넘었다.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고 투자가 줄어 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려 지금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