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3.0%→2.8%, 물가 1.7%→4.2%
원자재 가격‧금리 인상에 수출증가세도 둔화
국가적 사건마다 실제성장률과 전망치 차이
내년 더 안 좋아…전문가 “공급망 문제 악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외 민간 연구소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에 비관적인 전망을 냈다. 원자재 가격 및 금리 인상이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수출증가세 둔화로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18일 ‘KDI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11월 3%로 전망했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8%로 낮췄다. 이마저도 59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된(0.4%포인트↑) 수치로 추경이 없었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4%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7%에서 4.2%로 올려잡았다. 비교적 낙관적이라는 KDI마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 고물가를 특징으로 하며 코로나19 장기화와 전쟁 이슈 등 국제 공급망 차질로 전 세계에 경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KDI는 "지난 1분기 민간소비가 당초 예상치보다 낮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수입 물가가 올라간 것이 국내 경제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인상으로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IMF는 종전 3.0%에서 지난 4월 2.5%포인트로 내려 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에서 2.6%으로 낮췄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기존 전망치 2.9%에서 0.4%포인트 내린 2.5%를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한국 성장률을 각각 종전 3.0%에서 2.7%로 골드만삭스는 3.2%에서 2.8%로 수정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3.1% 성장률을 전망했으며 한국은행은 지난 2월 3.0% 성장률을 내다봤다. 내달 발표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문재인 정부 목표치인 3.1%에서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1.7%에서 4.2%로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KDI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원유 가격 상승을 꼽았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경기 둔화가 수출·투자 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유가 급등 등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올라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경제전망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더 낮은 2.3%로 내다봤다. KDI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지속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을 이번 전망에 대한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른 수출증가세가 꺾이는 동시에 중국 경기 급락 등의 악재가 겹칠 경우 국내 경기는 더 위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류 등 국제 유가가 다소 안정되고 올해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반영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국가적 사건마다 성장률 예측 크게 빗나가
본지는 KDI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추계한 3종 경제성장률 전망치 △직전 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 성장률(5월 기준) △실제 성장률을 비교해 봤다.
연도 별로 비교해본 결과 KDI가 실제 성장률과 정반대되는 흐름을 예측하지는 않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등 큰 사건이 있을 때 성장률별 수치가 크게 차이 났다.

특히 2009년과 2020년에 실제성장률과 전망치의 차이가 크게 났다. 2009년의 한국은 미국발 글로벌 세계금융위기로 0.8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직전 해 전망했던 2009년 성장률 3.30%와는 2.5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그해 5월 수정된 성장률 전망은 0.70%였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전세계 공급망 쇼크가 시작됐던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0.90%였지만 직전 해 전망한 성장률은 2.60%, 5월 수정된 성장률 전망은 0.20%였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먹구름 낀 경제 상황 속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성장률 예측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2.3%인 점에 비추어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다는 점에서 (현 정부에서) 2% 중반으로 보고 있으며 물가 안정에 실패하면 1% 후반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갈수록 쌓여가는 글로벌 악재
취약층 위한 정부정책 펼쳐야
전문가들은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쌓여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경기 악화 등 글로벌 악재로 국내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차별적 저금리 정책 등 서민을 위한 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률(-0.9%)을 기록했다. 다음 해인 2021년 기저효과로 경제성장률이 4%까지 올랐으나 지난해부터 성장 동력이 빠지기 시작했고 다른 변수들이 터지면서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월 IMF가 발표한 전망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만 반영됐고 중국 리스크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일본, 미국 경제가 매우 좋지 않고 유럽경제도 우크라이나 직격탄을 받은 상황에서 수출 의존국가인 국내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운 수출 상황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더 나빠질 수 있다. 코로나 변이 상황도 올 수 있고 기후재앙 가능성도 거론된다”면서 “악재가 거듭 지속되고 있어 공급망 복구가 희박해 보인다. 악재 변수가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에너지와 생필품들이 많이 올랐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직격탄이며 일자리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소득층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올릴 것이 아니라 긴축정책이 불가피하더라도 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