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능력·분수 아는 것, 홍준표의 권력 유지 이유
현실과의 타협 능력은 ‘들고양이상’의 특징
유영하 지지율은 TK 박근혜 지지율로 투영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대통령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후 곧바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경선에서 떨어지자마자 지방의 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당의 대통령후보 경력과 제1야당의 대통령후보 당내경선 이력을 가진 거물급 정치인 치고는 어쩌면 초라해 보이는 도전이다.

그러나 홍준표다운 선택이고 홍준표다운 궤도 수정이다. 결국 홍 의원은 대구시장 당내 경선에서 김재원 의원과 유영하 변호사를 누르고 후보로 선출됐다. 반면에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다가 김은혜에게 패배했다. 누구 판단이 현명했는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지 홍 의원의 정치적인 판단은 유승민 전 의원과는 결이 다른 것은 확실하다. 홍 의원의 장점은 자기 자신의 능력과 분수를 가늠할 줄 안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같은 측면도 있고 톡톡 튀는 행동도 보이지만 꾸준하게 권력을 유지하는 이유다. 다만 정치적인 언행에 진정성을 의심 받는 사례가 많은 건 단점이다.
홍 의원은 상황분석이 빠르다. 무리한 행보를 하다가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방향을 수정한다. 토론할 때도 외통수에 걸린 것 같으면 바로 능청스럽게 대처하며 꼬리를 내린다. 홍 의원은 고집도 있으나 타인이나 사회와 언제든지 협상할 줄도 안다.
이 현실과의 타협능력은 '들고양이 관상' 홍 의원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며 재능이다. 들고양이는 딱히 정해진 자신의 집도 없고 즐겨 먹는 음식도 따로 없다. 그때그때 몸에 좋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능력이 발달한 존재다.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섭취하다 보니 어떤 집 음식이 맛있고 어떤 먹이가 쉽게 상한다는 것을 빨리 파악한다.
홍 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다. 때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무난히 당선되는 특이한 관상이다. 홍 의원의 정치적인 이력이 화려하고 다양한 이유다. 홍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대구시장에 선출된 이상, '대구시장' 이력이 하나 더 추가되게 생겼다.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시장 당내경선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 격이다. 2위도 아니고 3위로 떨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이유는 과연 뭘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 변호사가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라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거다.
유 변호사는 혼자 출마한 게 아니다.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이 함께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유영하TV'를 통해 지지와 투표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적극적인 선거 참여였으며 유영하 후보 후원회장까지 맡았다. 그러나 보수의 텃밭인 대구시장에 출마하면 무난히 당선되리라는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정당의 심장인 대구·경북에서 신화적 존재였다. TK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달성군은 자신의 지역기반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뀐 지 오래다. 박 전 대통령이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컸다고 하더라도 국민은 물론 대구·경북지역 도민들이 박 전 대통령의 과거 모든 행위를 용서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정치적인 사면을 받았을 뿐이다. 사면을 받았다고 해서 대구 시민들이 환영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판이다.
유 변호사가 받은 19.62% 지지율이 곧 대구·경북지역의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민심이 그대로 투영돼 유 변호사의 지지율로 나타난 거다. 홍 의원보다 더 약한 상대가 출마했어도 유 변호사의 당선은 힘들었을 것이다. 다음 기회에 다시 유 변호사가 출마해도 당선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를 보며 유 변호사와 박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지역 민심을 너무 가볍게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약해진 상태다. 앞으로도 그런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쉽게 정치적인 행보를 한다면 안타까운 장면이 더 많이 연출될 것이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명예도 오르고 민심도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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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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