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초목 같은 人, 어떤 나무가 될 것인지는 선택 사항
성정·기질·잠재력 파악하면 누구든 거목으로 성장
사람은 초목과 닮은 구석이 많다. 식물은 햇빛과 물, 영양분이 필요하듯이 사람도 따뜻한 온정과 음식이 우선한다. 나무가 묘목일 때는 적절한 햇빛과 습도만 맞춰줘도 잘 자란다. 인간도 유아기 때는 적절한 온기와 이유식만 먹여도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강한 햇빛은 어린 나무를 말라죽게 하고 지나친 수분 공급은 나무를 썩게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 때부터의 과보호는 아이를 온실 속 화초처럼 나약하게 만든다.
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 과일 모양은 비슷하지만 맛이나 당도 차이가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품질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과일이 되기도 하지만 땅바닥에 버려져 다른 나무의 거름용으로 폐기되기도 한다. 인간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어렸을 때는 대부분 같은 반 또래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재능이나 발육상태가 비슷하다. 그런데 어른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변성기가 끝나고 나면 성격이 굳어지고 재능과 잠재력 등에서 타인과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유형의 나무로 살아가야 현명할까. 수많은 나무 중에서도 거목이 되려면 어떻게 자신을 가꿔나가야 할까. 나무의 유형이 다양하듯이 사람의 기질과 성격도 각각 다르다. 비가 없이도 반년을 버티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물이 많은 곳에서만 자라는 나무도 있다. 성인이라면 어떤 나무로 성장할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부모라면 자녀를 어떤 나무로 성장시킬지 살피고 또 살피며 심사숙고해야 한다.
뿌리가 옆으로 얕게 뻗어간 나무가 있다. 부드러운 나무는 뿌리가 깊을 필요가 없다. 부드러운 나무로 성장하고 싶으면 깊은 뿌리를 박지 않아도 된다. 사람의 성정이 유하면 적이 없으니 굳이 깊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자리, 혹은 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르다. 높은 곳에는 쟁쟁한 경쟁자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사람은 뿌리가 깊고 단단해야 한다. 단단한 나무로 크게 성장하려면 밑동부터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즉 뿌리가 깊이 들어가야 하고 잔뿌리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공격에도 부러지거나 쓰러지지 않는 나무가 된다.

깊이 뿌리박지 않으면 사나운 바람이 닥칠 때 쓰러진다. 아무리 나무가 두껍고 육중하다고 해도 뿌리가 부실하면 작은 흔들림에도 쓰러진다. 큰 거목일수록 한 방에 쓰러진다. 미루나무가 그 예다. 미루나무는 비교적 빨리 자라는 대신 수명이 유동적이다. 위로 솟아오르는 속도는 빠르나 아래로 뻗어 내리는 뿌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간밤에 강풍이 지나간 후에 나가보면 어김없이 동구 밖에 쓰러져 있는 것은 미루나무다. 평상시에는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단단한지 드러나지 않기에 잘 모른다. 강한 바람이 불어줘야 어떤 나무가 뿌리가 튼튼한지 드러난다.
뿌리가 깊은데다가, 잔뿌리까지 조밀하게 뻗어나간 나무는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사방에서 세차게 불어 닥쳐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때로는 잔뿌리 없이 외뿌리로 깊게 박히는 경우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만 깊게 파고들어 대체불가의 전문가가 되면 어디에 가서도 인정받고 승승장구 할 수 있다.

부드러운 나무로 자랄 것인가. 아니면 단단한 나무로 자랄 것인가. 잔뿌리가 많은 나무로 성장할 것인가. 깊고 단단한 외뿌리를 지닌 나무로 성장할 것인가. 선택은 그 사람의 타고난 성정과 기질, 목표와 잠재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 혹은 자녀가 어떤 나무로 성장할 씨앗을 지녔는지 파악해야 한다. 타고난 본질을 알아야 그에 맞는 물과 비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물이 많이 필요한 나무라면 물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 반대로 물보다 햇빛을 많이 받아야 되는 나무라면 볕이 많이 드는 장소에서 성장해야 이롭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비가 아예 내리지 않는 환경이라면 수분을 축적하는 법을 배워둬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이라면 뿌리를 아래로 깊이 박고 잔뿌리도 옆으로 뻗어야 한다. 그래야 큰 시련이 닥쳤을 때 좌절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기질과, 타고난 잠재력,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조건을 모두 파악하면 누구나 거목(巨木)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