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여성경제신문 금융포럼]
크립토 생태계, 커져가는 소비자 보호 규제 공백
트래블룰·화이트리스트, 거래소·소비자 부담 가중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장세곤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장세곤 기자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정부의 소비자에 대한 보호 규제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여성경제신문이 블록체인법학회, 서울이더리움밋업과 공동으로 개최한 금융포럼에서 크립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모색됐다. 

크립토 생태계 내 자금조달 활성화와 금융시장으로의 시장 확대 전략에 이어 구제척인 제도 혁신 방안이 논의된 3세션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도마에 올랐다.

첫 번째 연사인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협회 회장이 트래블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첫 번째 연사인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협회 회장이 트래블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협회 회장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는 물론 해외 관련법에도 없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계정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개선돼야 할 간접 규제로 지적했다.

정 회장은 "최근 두나무와 코드(CODE) 두 연합의 사업자들에 대한 줄서기 강요는 4대 거래소 독과점 가속화, 중견 거래소 트래블룰 시스템 중복 구축 및 과도한 비용부담을 유발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트래블룰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 빨리 민관 합동 작업반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송금자의 자금 이동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자금세탁방지기구가 2019년 트래블룰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면서 도입이 의무화됐다.

정 회장은 NH농협은행이 거래소에 화이트리스트 시행을 요구한 것에 대해 "미신고 외국 가상자산의 지갑을 화이트리스트로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 근거 없이 이용자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화이트리스트란 코인 거래소에서 사전에 등록된 주소로만 코인을 전송할 수 있는 방식이다. 농협 요구로 국내 4대 거래소 가운데 빗썸과 코인원만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 협회장은 또 "3월 25일부터 트래블룰이 본격 시행되면 고객확인제도(KYC) 시행과 함께 가상자산 생태계가 건전화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작업이 진행된다면 국회, 금융당국 및 가상자상 업계 모두 만족할 만한 업권법이 제정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펀드와 ETF 도입을 위한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펀드와 ETF 도입을 위한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정부와 금융감독당국 인식변화 필요
"정부, 피해자 보호하려는 노력 없어"
"암호화폐 과세 기준 분류부터 재정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펀드와 ETF 도입을 위한 제도적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ETF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법상 제한이 없음에도, 감독당국이 불허용 정책을 취하거나 명확한 이유를 공표하지 않아서 투자자 기회를 제한하는 불평등이 발생한다”며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인식변화 필요성을 꼽았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의 규제 공백을 비판했다. /장세곤 기자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의 규제 공백을 비판했다. /장세곤 기자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규제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국민 보호를 꼽았다. 구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법제가 있지만 정부가 2018년,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통신판매업 신고를 거절하는 등 규제에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금법도 시행되었으니, 소비자보호제도와 권한을 갖추고 있는 각 주무부처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 연사인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과제 제도의 정비'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세곤 기자
마지막 연사인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과제 제도의 정비'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세곤 기자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과제 제도의 정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암호화폐 등이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고 반드시 기타소득으로 과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수의 국가가 양도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각 연사 발표가 끝난 후 자율토론이 이어졌다. 정경민 여성경제신문 대표가 해당 주제에 관해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서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협회 회장은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출금을 제한하는 은행에 대해 “트래블룰은 규정상에 없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간의 이전은 특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규제대상이 사람이지 지갑은 아니며 일회성 금융거래에 적용되는 규제와 비슷하다. 외국에서도 개인지갑으로의 출금 금지 사항은 없는 만큼, 국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가 ETF기업 투자 펀드를 막는 행위에 대해 “정부가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에 치중하다 보니 사고나 위험을 격리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보호 측면이 아니라 투자자의 자기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산업화 측면을 살펴본다면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사업과 본질적으로 다르기에 정책부처를 분리해서 설립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에 대해 “정말 우를 범하는 방향이다”며 “제도가 미비했던 것이 아니라 태도가 미비했던 것”이라고 다시 한번 꼬집었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과세를 1년 유예해 놓았지만 가상자산 논의조차 부족한 실정이다”며 “과세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정량적 태도를 가지고 임한다면 제도적인 인프라는 논의를 통해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1년이라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기에 바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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