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0일' 앞두고 단원고 생존학생 9명 공개집회서 첫 발언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발언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마지막으로 먼저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를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열여덟 살 그시절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생존 단원고 학생 9명(장애진·설수빈·양정원·박준혁·박도연·이인서·김진태·김선우·이종범)이 '떠나간 친구들에게 전하는 글'을 읽으며 울먹이자 60만개의 촛불도 모두 함께 울었다.

세월호 참사 1000일(9일)을 이틀 앞두고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참석했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메고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선 이들은 사고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올라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생존 학생을 대표해 장애진(20·여)씨가 "이곳에서, 시민 여러분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며 "용기를 주시고 챙겨주신 시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구조된 게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머리 끝까지 물이 들어왔다. 정말 구하러 와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우리는 결국 사랑하는 친구들을 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 잘못했다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다"라며 흐느꼈다.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답장이 안와도 카톡 보내고 계속 전화도 해본다" 절절한 그리움 밝혀

학생들은 먼저 떠난 친구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밝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들은 "답장이 안와도 카톡을 보내고 계속 전화도 해본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우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며 잠이 들기도 한다"고 말할 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7시간을 대통령의 사생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7시간 안에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줬으면 지금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박근혜정부의 어이없는 대응을 질타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털어 놨다. 이들은 “유가족에게 죄 지은 기분이다. 오히려 우리를 원망하지 않고 걱정해준 모습을 보며 더 죄송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을) 찾아뵙고 싶었지만, 우리를 보면 떠난 친구가 더 생각날 것 같아 가지 못했다”며 “우리도 친구들이 보고 싶은데 부모님은 오죽할까”라며 슬퍼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만 살아와 유가족에게 너무 죄송해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생존 학생들은 발언이 끝나고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유가족들이 무대로 올라와 이들을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발언하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발언하자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광화문 60만명 운집

1500여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 11차 범국민행동'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여 만에 다시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조명하고, 진상 규명과 세월호 조기 인양을 거듭 촉구하는 자리였다.

♦'7시간 규명 요구' 소등 퍼포먼스…유족들은 청와대 행진

오후 7시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에 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뜻으로 일제히 촛불을 끄는 소등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본 집회가 끝나고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앞까지 행진이 이뤄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사진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청와대 방면 행진 대열 선두에 섰다. 헌재 앞에서는 '탄핵소추안 인용' 판결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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