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관리'에 사용···예술가들은 여전히 '갑론을박'
민규동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더 중요해질 것"

지난 2023년 7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도시거리예술 중심의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2023'을 찾은 관람객이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AI를 이용한 창작은 2025년 현재 더 활발해진 상태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7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도시거리예술 중심의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2023'을 찾은 관람객이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AI를 이용한 창작은 2025년 현재 더 활발해진 상태다. /연합뉴스

2025년 AI가 그 어느 때보다 이슈였던 가운데 AI 창작을 두고 많은 관심이 쏠린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창작자의 역할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창작자 본연의 일이 강조될 것이란 반박도 제기되는 등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AI의 등장과 활용이 예술 및 관련 산업에 큰 변화를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의 발전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주목도 증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와 상호작용을 하며 콘텐츠의 내용이나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를 말한다. '정보 전달' 보다 '경험 제공'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인 셈이다. '퀴즈형 콘텐츠', '테스트형 콘텐츠', '스토리텔링 콘텐츠', '게임형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네이버웹툰에서 지난 2024년 6월부터 시작한 '캐릭터챗' 서비스도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AI 기술을 활용한 '캐릭터챗'은 지난 1년간 누적 접속자 수 350만명 이상, 누적 메시지 1억 건 이상을 기록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내부 분석 결과 웹툰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원작 유입 및 타 작품 소비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AI 기술을 활용한 네이버웹툰의 '캐릭터챗'은 지난 1년간 누적 접속자 수 350만명 이상, 누적 메시지 1억 건 이상을 기록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AI 기술을 활용한 네이버웹툰의 '캐릭터챗'은 지난 1년간 누적 접속자 수 350만명 이상, 누적 메시지 1억 건 이상을 기록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이 외에도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독자 작품 추천 시스템과 불법 웹툰 적발에 AI를 주요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불법 유출자를 찾아내고 차단하는 '툰레이더' 시스템과 2023년부터 시행한 AI Curator 추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런 AI 활용 양상은 다른 기업도 비슷해 넷마블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기는 하지만 관련된 콘텐츠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기업들은 AI를 창작을 시도하는 '주체'보다는 사업을 도와줄 '도구'로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창작 과정에 직접 개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논란이나 예측 불가능성을 피하고 불법 복제 방지나 이용자 데이터 분석 등 보다 안정적인 영역에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AI에 대한 반감이 거세다. 창작자들도 AI 도입을 두고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AI 활용 및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 우려가 사그라들지는 않는다.

민규동 감독이 지난 3월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파과'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규동 감독이 지난 3월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파과'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AI를 창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창작자도 나오고 있다. 2025년 영화 '파과'를 제작한 민규동 영화감독은 최근 AI를 활용해 6분짜리 3D 애니메이션 '작은 날개' (영어로는 Little wings)'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는 AI가 독립 창작자에게도 실질적 제작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민 감독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영화 제작 현장에서도 AI 기술이 도입된 상황이다. 주로 VFX 작업의 효율화를 위해 포스트 프로덕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도 스토리보드 시각화나 로케이션 스카우팅 보조 도구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민 감독은 "이런 기술들에 대한 접근성이 해외와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할리우드나 넷플릭스 같은 메이저 제작사들이 AI를 통합한 제작 파이프라인을 시스템화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아직 개별 감독이나 소규모 스튜디오 단위의 실험적 활용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민 감독은 AI의 활용을 통해 감독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창작계의 불안은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걱정이 반복된다. 사운드 영화가 등장했을 때, 컬러가 도입됐을 때, CG가 등장하고 디지털 시대가 왔을 때도 유사한 우려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민 감독은 AI가 창작의 본질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창작자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범용적인 결과물을 빠르게 생산할수록 독특한 시각과 인간적 감수성을 가진 창작자의 희소성은 높아진다"라며 "결국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라는 창작자 본연의 질문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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