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부문 손해율 악화에 대형 손보 순익 역성장
반면 킥스는 270%까지 개선···자본성증권 효과
"기초 체력·구조 개선 집중할 기회 놓칠 가능성"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2025년 3분기 '순익은 줄고 건전성은 좋아지는' 역설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손보사가 순익 감소를 기록했지만 금리와 주가 회복에 따라 자본성증권 평가이익이 늘어나자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오히려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적과 건전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한층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손해보험업계가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화재(-2.9%), DB손해보험(-35.4%), 현대해상(-39.4%), 메리츠화재(-2.8%), 한화손해보험(-14.9%) 등 대부분의 손보사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실적 감소 요인을 보면 자동차보험 사고 증가, 의료비 상승에 따른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확대, 실손보험금 부담 증가 등이 공통적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건전성 지표는 확연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금리 인하와 주가 회복으로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의 평가이익이 증가했고 일부 보험사는 분기 중 자본성증권을 추가 발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메리츠화재는 3분기 말 기준 킥스 비율이 242.7%로 전분기 대비 2.9%포인트 상승했으며 1분기 238.9%에서 꾸준히 개선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DB손해보험 역시 2분기 213.3%에서 3분기 226.5%로 13.2%포인트 뛰었고 삼성화재는 상반기 기준 274.5%를 기록하며 연말에도 260%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과 무관하게 '높은 킥스·낮은 순익'이라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향후 킥스를 기본자본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구조는 앞으로 보험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본자본 중심 규제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처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비중을 축소하고 사실상 손실흡수능력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진짜 자본'을 중심으로 건전성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규제가 변경되면 지금처럼 자본성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킥스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기본자본 비중이 낮은 보험사는 자본 확충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배당 성향이 높은 회사일수록 배당 여력 축소, 추가 증자, 투자축소 등의 선택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킥스 지표 유지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현상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순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킥스 비율만 높게 유지되는 것은 자본성증권 발행과 평가이익에 의존한 결과"라며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언더라이팅 개선 등 구조 개선 유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