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물결 이면엔 살벌한 입시경쟁 존재
불안한 노후에 생존 문제 된 '좋은 직장'

수능을 하루 앞둔 SNS는 수험생을 향한 응원으로 뜨겁다. 그러나 훈훈한 격려의 이면에는 '좋은 대학'이라는 한정된 티켓을 잡기 위한 과도한 입시 경쟁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입시 제도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살벌한 경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능을 하루 남긴 12일 SNS상에서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게시물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로 만든 부적 그림,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응원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과도한 입시 경쟁을 방치하는 구조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수험생 영양제'로 알려졌지만 효과보다 부작용이 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찾는 수험생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교육계에 정작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점을 문제로 지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5일 발간한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저출산 추세의 이해'를 통해 한국 정부가 입시 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기준 43만4000원에 달했다. 이는 가구당 평균 가처분 소득의 약 10%를 차지하는 수치다. OECD는 한국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킬러 문항 제거, 공교육 투자 확대 등의 조치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상위권 대학만을 추구하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도 수정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상진 전북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떤 제도를 갖고 오더라도 경쟁 교육 시스템에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입시 제도의 변경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걸 교육계가 인정해야 한다"라며 "극단화된 대학의 서열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제안한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 사회의 경제 구조가 경쟁을 격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에서 취업난을 뚫고 고임금 일자리를 얻는 건 일종의 '특권'이며 이런 특권을 가질 사람을 선별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험이 수능이라는 것이다.
'좋은 직장'이 생존의 문제가 된 배경에는 불안한 노후가 존재한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은퇴 연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한다. 이는 OECD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꼭 필요함에도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해 취업난이 가중된다. 지난 2024년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14%로 미국(58%)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발표했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4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월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4078만원으로 대기업 대비 57.7%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이런 현실에서 '탈출구'로 여겨졌던 자영업마저 위기라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 수는 100만765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안정된 생활을 위한 '황금 티켓'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를 얻는 데 도움 될 학벌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학벌주의의 심화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수능으로 대표되는 입시 경쟁은 교육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적 구조와 깊이 맞물려 있다. 안정적인 소득과 노후를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소수에게 한정된 현실이 학벌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시험을 통한 선발 방식이 그나마 공정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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