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의무 뒤에 '재무 부담' 감춰져 있어
환경단체 "체제 변화 없이 '성장'은 불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주장하는 것과 별개로 현행 체제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수원이 주어진 의무 내에서는 이행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로 추가적인 발전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사업 체제로는 한수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대한민국 내 원자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담당하는 발전사업자로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이다. 현재는 원자력과 수력을 넘어서 신재생 에너지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수원은 2025년 기준 재생에너지 의무화(RPS)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목표로 누적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2395MW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 5월 22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올해 산업진흥대상(기관표창)도 수상했다.
한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운영을 통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라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한수원은 주어진 의무 내에서는 이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원전 공기업인 한수원은 현재 매년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를 시장에 의무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의 부담을 지고 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AI융합탄소중립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무 비율보다 더 많이 하는 경우는 잘 없지만 주어진 의무는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환경 단체에서는 추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이 없으면 발전이 어려울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수원은 핵발전을 구심점으로 둔 조직"이라며 "그렇기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어떤 구조가 좋을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한수원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전력 공기업들의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이를 위한 정책적 논의가 선행해야 한다는 태도다. 그는 "개별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업계 전반에 관한 정책적 논의가 있고 난 후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례로 한수원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에 쓴 비용은 7417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2년 4398억원에서 1.7배 가량 뛴 수치다.
지난 10월 1일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한수원이 지난해 유상 할당으로 인해 매입한 배출권 규모는 43억629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억9200만원에서 11.1배 가량 급등한 수치다.
한수원 자체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기 소비처'로서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한수원은 봄·가을철에 남아도는 태양광 발전량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양수발전에 저장해야 하는데 이때 상부 저수지로 물을 끌어 올리는 펌핑 과정에서 전력이 소모된다.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면 이런 전력 사용이 많이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매입한 배출권의 규모가 급등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한수원이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메우느라 양수발전 가동을 늘리며 손해를 본 셈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수원이 재생에너지를 키우고 뒤처리하는 일에 혈세를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 위기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로 나뉘어 있던 에너지·기후 정책을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산업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확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수원의 사례처럼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구조적 한계와 비용 효율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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