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 기조연설 보니
세계 무대에 드러난 한국 AI 인식
글로벌 흐름 동떨어진 중국식 전략
기능적 접근이 소외 현상 가속화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의 인공지능(AI)’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의제로 제시된 가운데, 한국의 AI 관점이 여전히 ‘도구적 배분’에 머물며 글로벌 인식과 격차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를 사용·분배할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반복되며, 자율 지능을 전제로 한 최신 흐름과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전일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서 “AI는 이용자·창작자·판매자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풀스택·데이터센터 전략 등을 설명했지만, 핵심은 인간이 활용하고 정부가 촉진하는 구조였다. 이는 최근 AI가 보여주는 자기참조·계획·탐색 능력에 비해 기능적 보조 수단에 머문 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글로벌 리더십은 AI를 능동적 문제 해결자로 다룬다. 딥마인드는 “AI는 과학을 발견한다”고 했고, 오픈AI는 “AI 연구원”을 언급했다. 테슬라는 AI 기반 노동 단위 경제를 설계하고 있다. 모두 ‘도구’에서 ‘주체’로 이동한 관점이다. 도구론에 묶이면 조직은 통제·지원·확장이라는 행정적 구조로 수렴하고, 역동적 탐색·창발적 기준 형성은 차단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모두를 위한 AI 구상은 취지와 달리 평등한 활용 환경을 만든다기보다 국가·기업이 기술을 배분·관리해야 한다는 구조를 강화한다. 산업혁명기의 ‘기계 보급’ 논리와 유사하다. 접근권 확대를 말하지만, 실제 효과는 권한 집중과 책임 희석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술적 주도권 없이 외부 AI 스택을 조립하는 주체가 ‘도구’를 강조할수록, 내재된 한계가 드러난다”는 평가도 있다. ‘도구’·‘민주화’ 프레임은 기술 겸손이 아니라, 기술 비독립과 정책 의존성의 자기 인정이라는 것이다. LLM·멀티모달 AI는 이미 추론·계획·자기 수정 기능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단순 활용 대상으로 묶으면 기술·시장·거버넌스 진화가 지체된다.

중국은 이 접근의 종착지를 보여줬다. 시진핑 정부는 ‘AI 굴기’를 내세우며 국가 주도형 인프라·데이터 통제·보안 우선 체계를 구축했지만, 결국 수익은 창출하지 못하고 감시·검열·통제 시스템만 확장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술을 도구이자 통제 수단으로 인식한 결과 창의적 모델·연구개발 역량이 제약되며 글로벌 선도국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모두에게 도구적 접근을 강제하는 것이 아닌 학습·접속·연결권을 보장해 소외된 이들이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빅테크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AI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AI와 연결되고 학습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가에 정책의 방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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