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연장 역세권 성공 사례 대비
하남 외곽 입지, 철도 연결은 미확정
교통 해결 없인 글로벌 팬 유치 불투명

무려 5년을 기다린 BTS 콘서트. 프랑스인 케이팝 팬 안나는 생애 첫 해외 여행 겸 한국을 찾기로 했다. 일명 '광클' 티켓팅을 무사히 마치고 장소를 확인한 순간, 어? 여기가 대체 어디지?
경로를 따라가 본다. 공항에서 공연장까지 총 소요 시간 2시간 20분. 인천공항 도착 후 곧장 공항터미널을 타고 공덕역으로 향한다. 여기서 5호선을 갈아타고 미사역으로 직행.
이게 끝이 아니다. 5호선은 강동역에서 마천행, 하남검단산방면으로 갈린다. 같은 호선인데도 갈아타야 한다는 것. 한국어도 모르는 와중에 지금 오는 열차가 어느 방면인지 확인해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하남검단산방면 열차에 탑승했다. 2시간여의 여정. 미사역에 발을 내딛은 순간 끝인가 싶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공연장이 위치한 '미사섬'까지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마을 버스를 타고 구산문화마을에 내려 도보로 걸어 겨우 도착했다.
공연 시작 전에 이미 응원할 기력은 다 빠졌다.
경기 하남시가 미사아일랜드(미사섬) 일원 약 170만㎡(2025년 기준)를 사업지로 정하고 추진 중인 ‘K‑스타월드’ 조성 사업이 접근성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K-팝 전용 공연장과 영화촬영 스튜디오, 쇼핑·호텔 복합시설 등을 포함하는 초대형 문화관광단지를 꿈꾸고 있는 K-스타월드. 대중교통 환승·보행접근 등 도시·건축적 조건은 설계 핵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업 개요에 따르면 하남시는 2025년 현재 하남시 미사동 및 미사섬 폐천부지 일대에 전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연장 규모는 2만~3만석급으로 언급된다. 경제파급효과는 약 2조5000억원·일자리 약 3만개로 제시됐다. 그럴듯 한 계획이다.
한데 왜 공연장을 굳이 여기에 만들어야 할까. 세계 주요 대형 공연장과 비교하면 입지 전략이 대비된다.
영국 런던의 The O2는 지하철 주빌리선 ‘노스그리니치’역과 직결되어 도심 중심부까지 20분대 접근성이 가능하다. 일본 요코하마의 K‑아레나 요코하마는 미나토미라이선 신다카시마역에서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호텔·오피스·쇼핑시설을 갖춘 복합개발이다. 공연장 입지에서 철도 환승과 도보접근을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 하남 K-스타월드는 현재 핵심 수요 연결축으로 제시된 지하철 3·9호선 연장 및 ‘K-스타월드역’ 신설이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고 공식적으로 고시된 노선이나 개통 연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는 5호선 미사동 말단역을 전제로 삼고 있지만 공연장 직전까지의 보행 접근이 명확히 설계된 상태는 아니다.
이럴 경우 관객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해외 팬이나 국내 대도시 거주 관객이 차량 이용에 의존하면 공연 전후 상권·체류 수요가 분산되지 않고 교통혼잡이 유발될 수 있다.
인근엔 스타필드와 코스트코 등 대형 쇼핑몰도 자리하고 있어 차량 이용량이 많아질 경우 교통 혼잡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다. 올림픽도로와 강변북로를 통해 미사 신도시로 통하는 길목이라 입주민 반발도 예상된다.
외곽 입지인 만큼 역세권 환승광장, 보행데크, 호텔·상업 복합시설 등으로 흐름을 설계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 구조적 설계가 구체화된 자료도 제한적이다.
수변 폐천부지라는 특성상 제방·저지대·보행교량·버스·택시집결지 설계 등 피난·군중관리 측면도 건축적 안전성 확보 문제도 관건이다.

하남시 측은 이 사업을 통해 “하남을 글로벌 K-컬처 허브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히며 민간사업자 공모 준비 및 투자유치 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민간투자 확약이나 실행 로드맵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명준 도시·건축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외곽형 대형 공연단지를 성공시키려면 도심형 못지않게 환승 허브화·보행친화적 동선 설계·복합체류시설 결합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하남 K-스타월드가 제시한 설계 대안으로 △지하철 연장 노선의 명확한 확정 및 역 출구에서 공연장까지 보행 5~10분 이내 데크 설치 △공항·광역교통(인천·김포 리무진 등)과 행사 스케줄 맞춘 직결 환승망 구축 △호텔·쇼핑·컨벤션을 공연장 외피에 결합해 입·퇴장 피크에 상권 체류를 유도 △수변부 제방 상단에 버스·택시 집결지 배치하고 저지대 주차·진출입을 이원화해 군중·차량 동선 분리 등이다.
K-스타월드가 글로벌 케이팝 팬을 끌어모으려면 '도심의 외곽이라도 도심급 접근성을 확보했다'는 설계 증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명준 전문가는 "대규모 공연장은 수만 명이 단시간에 이동한다. 역 출구에서 공연장까지 도보 10분 이내를 목표로 설계하고 공항·광역교통을 함께 묶어야 해외 팬 유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